크리에이터 김태호 PD의 한숨

김현록 기자  |  2008.12.02 16:43


SBS '패밀리가 떴다'가 뜨고,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 떴다지만 MBC '무한도전'은 예나 제나 최고 화제의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자부하는 여섯 명의 남자들의 연이은 도전은 늘 허를 찌른다. 이들은 보조출연자가 되어 드라마에 출연하고, 보조 해설자로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기도 하고, 디자이너로 서울 디자인 올림픽에 참가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무한도전'. 매 주 펼쳐지는 이들의 도전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관심의 대상이다. 취재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도 폰카를 들고 이들의 모습을 담기에 바쁘다. 이들은 기사 한 줄, 화면 한 컷으로 지나가곤 하지만, 하나의 아이템의 선정돼 촬영에 들어가고 방송이 나가기까지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다.

베이징 올림픽 특집 당시 화제가 됐던 외국인들의 '독도는 우리 땅' 따라 부르기는 수주에 걸쳐 아이템을 결정하고 독도 부채를 미리 제작한 뒤 모든 출연진이 베이징 올림픽 단지를 누비며 한나절을 찍었지만, 딱 노래 길이만큼만 전파를 탔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3개월 내내 연습을 거듭하며 촬영한 에어로빅 도전기는 그나마 길게 3주반 동안 방송됐다.


여느 예능 프로그램들은 일정한 포맷 위에서 변화를 거듭하지만 '무한도전'은 늘 새로운 기획을 등장시킨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하나의 포맷이 됐을 법한 기획이 '무한도전'에서는 일회성이 되다보니 제작진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든 방송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모든 연출자가 크리에이터지만, 크리에이터로서 '무한도전' 제작진과 연출자 김태호 PD의 고민과 능력이 더욱 부각되는 것은 이 때문일 터다.

창의적인 기획이 방송으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무모하지만 기발하고, 힘들어도 의미있는 도전 주제를 단순히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방송까지 이어가려면 복잡다단한 과정이 필수다. 디자인올림픽 도전만 해도 과제를 설정하고 디자인회사를 섭외하고, 샘플 제작 회사를 섭외해 찾아가는 등 제반 준비에 촬영보다 더 긴 시간이 걸렸다.


2일 무한도전 영화화 소식이 전해졌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나의 방송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생각하면 하나의 창작물이 채 구체적인 제작에 들어가지 않은 채 스포일러로 세상에 알려졌을 때 제작진의 허탈함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너무 일찌감치 알려지면서 무산된 기획 아이템도 허다하다.

현재 해외에 머물며 연수중인 김태호 PD 역시 마찬가지다. "미디어 창구를 다각화해 볼 생각으로 버라이어티 극장판을 모색하고 있었다"는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관계자라면 하나의 아이템이 좀 더 구체화되고 안방에 전달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결정들을 거쳐야 되는지 알 터인데…"라며 한숨 섞인 반응을 보였다. 과연 스포일러부터 뿌려진 극장판 무한도전은 완성될 수 있을까. 발 빠른 스포일러는 비단 '무한도전'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대중의 호기심과 시청자가 원하는 완성도 사이에서, 고민하는 크리에이터들의 한숨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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