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세상의 빛을 못 볼 수도 있었던 노래 한 곡이 있었다. 이 곡은 발표되기 직전, 주위로부터 여러 부분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발라드였으며, 가수 역시 아이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강렬한 댄스 음악과 아이돌그룹이 올 가요계를 장악했던 점을 감안할 때, 발매 전의 주변의 평가는 결코 가혹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곡은 주위의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단숨에 증명했다. 발매되자마자 온라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으며, 오프라인 음반 판매도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다. 바로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이야기다.
10년차 가수 백지영이 '총 맞은 것처럼'으로 2008년 연말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11월 중순 공개된 백지영 7집 타이틀곡 '총 맞은 것처럼'은 지난 2일 발표된 11월 넷째 주 엠넷 차트에서 또 다시 1위에 오르며 3주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다. 이 곡은 멜론, 도시락, 벅스, 뮤즈 등 다른 온라인 뮤직 포털 사이트에서도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백지영 7집은 '총 맞은 것처럼'의 인기 상승과 함께 오프라인 판매 부문에서도 가속도를 붙여나가고 있다. 발매 직후에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지만 발표 20여 일이 지난 3일 오후 3시 30분 현재 음반 판매 조사 사이트인 한터의 실시간 차트 4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놓았다.
백지영 측은 3일 "백지영 7집은 발매 초기에는 소매상 기준으로 하루에 200~300장 정도 판매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하루에 1000장 넘게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총 맞은 것처럼'의 히트 요인으로는 가사와 멜로디 구성 등에서 기존 발라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또한 '총 맞은 것처럼'이 색다른 분위기의 발라드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가수 백지영과 유명 작곡가 겸 프로듀서 방시혁이 완벽한 호흡을 선보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헤어진 이후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는 '총 맞은 것처럼' 가사는 파격적일만큼 직설적이다. 하지만 대중은 이 파격에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움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후렴구에 등장하는 문구들인 "구멍 난 가슴에 우리 추억이 흘러 넘쳐. 잡아보려 해도 가슴을 막아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심장이 멈춰도 이렇게 아플 것 같진 않아. 어떻게 좀 해줘. 날 좀 치료해줘. 내 가슴 다 망가져" 및 "총 맞은 것처럼 정말 가슴이 너무 아파. 이렇게 아픈데 이렇게 아픈데 살 수가 있다는 게 이상해" 등은 가요팬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다.
'총 맞은 것처럼'의 노랫말도 직접 쓴 방시혁은 3일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가사를 쓸 때는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특정 단어들로 이별의 모든 아픔을 함축적으로 담아보려는, 이른 바 시(詩)적으로 표현하려는데 중점을 뒀다"라고 밝혔다.
방시혁은 이어 "이 곡이 발표된 뒤 저는 주변에서 가사를 너무 어렵게 받아들이지는 않을까하는 걱정까지 했는데, 오히려 직설적이며 파격적이라는 표현들을 많이 해 놀랐다"며 "아마 노랫말의 시각화를 염두하고 가사를 써서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방시혁의 '총 맞은 것처럼'의 멜로디라인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곡의 작곡도 맡았던 방시혁은 "'총 맞은 것처럼'은 멜로디라인과 구성을 최대한 간단하게 하려 노력한 작품"이라며 "기존의 히트 발라드와 차별성을 두고 싶었고, 이런 노래가 현 시점의 백지영에게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 앨범 발매 며칠을 앞두고 '총 맞은 것처럼'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방시혁은 "백지영씨와 그녀의 회사 측이 제 의견에 동의해 주지 않았다면 '총 맞은 것처럼'은 아예 탄생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애초에 백지영 7집 타이틀곡은 댄스곡으로 선정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성대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준 높은 가창력을 선보인 백지영 역시 '총 맞은 것처럼'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총 맞은 것처럼'의 히트는 가요계 전체적으로도 볼 때에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이끌어 내고 있다.
아이돌 중심의 댄스 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최근의 가요계에서 발라드가 성공, 히트 가요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발라드 가수들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또한 노래만 좋다면 30대의 여성 가수들도 얼마든지 가요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백지영은 한국 나이로 올해 33세이다.
이렇듯 여러 의미도 지닌 '총 맞은 것처럼'의 질주가 어디까지 지속될지, 그 결과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