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화 시상식을 휩쓴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김윤석,수애, 강지환,박희순,한예슬(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제7회 대한민국영화대상이 4일 막을 내리면서 사실상 올해 시상식 시즌이 막을 내렸다.
4월 백상예술대상에서 6월 대종상과 9월 춘사대상영화제, 10월 부일영화상과 부산영평상, 11월 영평상과 청룡상까지 올해 단연 빛난 영화는 '추격자'였다.
'추격자'는 올해 국내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무려 28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나홍진 감독은 감독상과 신인 감독상,각색상까지 9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밸런타인 데이에 개봉한 핏빛 스릴러는 500만 관객을 불러 모으고,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영예를 안았다.
703만 관객을 동원, 올해 최다 관객을 동원한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피땀 어린 정성을 보답 받았다. '놈놈놈'은 청룡영화상에서 감독상 등 4관왕에 올랐으며,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도 촬영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하지만 '놈놈놈'은 출연 배우들의 화려한 면면과 만주 웨스턴이라는 장르의 부활에도 불구하고 최우수작품상과 주연상 등 주요 부문상을 수상하지는 못했다. 국내 영화상과는 인연이 없다는 김지운 징크스를 올해도 깨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단숨에 온 나라에 각인시킨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400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시상식에서 큰 대접은 받지 못했다. 백상예술대상과 청룡영화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했지만 바람몰이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문소리 김정은 등 여배우들의 수고는 김지영이 4번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미쓰 홍당무'는 이경미 감독이 청룡영화상에서 신인 감독상을, 서우가 영평상과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신인상을, 공효진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재능 있는 신인 감독의 탄생을 알렸다.
'영화는 영화다' 역시 소지섭이 영평상에서 남우주연상과 청룡상에서 신인상을, 강지환이 영평상, 청룡상,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해 신인 장훈 감독의 저력을 확인시켰다.
배우들의 대세도 시상식을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
김윤석은 '추격자'로 6개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 충무로에 연기파 배우로 우뚝 섰다. 박희순은 대한민국영화대상 수상으로 올해 조연상 트로피를 세 번째 수상해 내년 주연상을 기약하게 됐다.
올 해 스크린에 데뷔한 강지환과 3번의 신인상을 수상한 한예슬, 2번의 신인상을 수상한 서우 등은 향후 한국영화의 미래를 밝게 할 기대주로 꼽힌다.
현재 충무로 대세로 꼽히는 하정우는 올해 춘사영화대상에서 김윤석과 공동 수상으로 만족해야 했다.
남자배우와 신인들의 부각은 뚜렷한 반면 대세로 꼽힐 만한 여배우가 적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김민희(백상,부산영평상) 김윤진(대종상) 이미연(춘사) 수애(부일상,영평상) 손예진(청룡) 공효진(대한민국영화대상) 등으로 여우주연상이 갈린 것은 그만큼 올해 확실한 성과를 드러낸 여배우가 꼽히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동안 여우주연상을 독식했던 전도연과 김혜수가 수상권에서 멀어졌으며 20대 여배우들이 상을 나눠가졌다는 것은 여배우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편 영화 시상식은 대중과 코드를 맞춰야 하면서도 대중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영화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올해 영화 시상식은 좋은 저예산영화를 관객에 새롭게 알리지는 못했다.
'영화는 영화다' '멋진 하루' '사과' '미쓰 홍당무' '밤과 낮' '비몽' 등 톱스타가 출연한 저예산영화가 올해 풍년을 이뤘다. 그러나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영화다'와 본전을 맞춘 '미쓰 홍당무'만 조명했을 뿐 다른 영화들은 방치에 가까울 정도로 외면했다.
그나마 영화 평론가들이 수여하는 영평상만 '밤과 낮'과 '비몽'에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여했을 뿐이다. 베니스와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지만 국내 시상식에서는 단 한 번도 감독상을 받은 적이 없는 김기덕 감독은 올해 영평상에서 비로소 감독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