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준 "어느날 거짓말처럼 인기가 빠져나갔다"(인터뷰)

김지연 기자  |  2008.12.05 12:10
뮤지컬 \'라디오 스타\'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플레이 뮤지컬 '라디오 스타'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플레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때는 최고의 스타였고,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을 만큼 많은 돈도 벌었다. 90년대 최고의 스타, 김원준은 그랬다. 그 시절 그는 천국 속에 살았다. 자신이 원하는 무대는 언제든 고를 수 있고, 모든 사람들이 그를 우러러봤다. 천국에서의 삶이란 이런 맛일까.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말했다. 인기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라고. "웃기지 말라"고 호언장담하던 김원준에게도 변화의 날이 찾아왔다.

지난 4일 늦은 오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뮤지컬 '라디오 스타' 연습이 한창인 김원준을 만나, 2008년 겨울을 살아가고 있는 얘기를 들어봤다.


"거짓말처럼 인기가 빠져나갔다."

"처음에는 내가 뮤지컬을 잘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게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하하하. 벌써 조금씩 익숙해지네요."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설 때보다 한층 여유를 찾은 모습이다. 뮤지컬을 시작할 때부터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는 김원준. 매순간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며 일하고 있는지 돌아보기 위해 그는 글을 쓴다.

"연기한다고 생각 안 해요. 내가 최곤이라 생각하니까.(웃음) 무대 위 모습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이지만, 1차적으로 에너지를 쏟아내는 사람으로서 너무 행복해요. 무엇보다 처음엔 동정으로 시작했는데 이젠 최곤이란 인물을 사랑하게 됐어요."

김원준 역시 '라디오 스타'의 최곤처럼 정상과 바닥을 둘 다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20세기 후반부,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인기가 빠져나갈 때 공허함과 정신적 패닉을 경험했다"고 했다.

왜 안 그랬겠는가. 김원준은 최고였다. 물론 지금도 그는 여전히 사랑받는 가수지만, 인기가 급락하던 그때는 참 힘든 인내의 시간이었다.

뮤지컬 \'라디오 스타\'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플레이 뮤지컬 '라디오 스타'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플레이


"과거집착 유전자가 없다. 최고이던 90년대보다 지금이 더 행복해."

다행히 김원준은 "사람이 삶에서 후회되지 않는 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분명한 건 90년대 최고이던 시절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뮤지컬 연습에 피곤함이 묻어나는 얼굴을 하고도 김원준은 행복해 보였다. 좋아하는 일은 사람의 얼굴은 그렇게 밝게 빛이 났다.

"뮤지컬이 내 영역을 넓히거나 연예활동의 연장선 내지 다른 활동에 대한 도피처는 절대 아니에요. 그냥 음악이 좋고, 기회가 찾아와 한 것뿐이에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뮤지컬 배우로 대성하겠다느니 따위의 거대한 타이틀은 없다. 2008년을 살고 있는 김원준은 90년대 때와는 전혀 다른 삶의 태도를 갖고 있었다.

"예전에는 음악으로 인정받고 싶어 안달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강박관념에서 벗어났어요. 지금은 '낫 띵 투 루즈', 한 마디로 잃을 게 없다는 말이죠. 하하하. 게다가 부모님이 과거에 집착하는 유전자는 안 물려주셨더라구요."

어느새 그는 현실을 누구보다 철저하게 직시하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절망 대신 희망을 품는 어른이 돼 있었다. 김원준은 "이런 깨달음을 주시려고 하늘이 날 시험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어떤 분들은 '한 때 최고의 스타였는데'라며 저를 굉장히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세요. 그런데 아세요? 현실을 직시하면 더 큰 기회가 찾아온 다는 것을. 사실 지금이 예전보다 행복해요.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달았으니까."

김원준은 자신의 예전보다 더 부자가 됐다고 연신 자랑했다. '마음의 부자'란다. 예전에는 주위를 돌아볼 줄도 몰랐는데, 지금은 주위에서 오히려 '이런 일엔 화 좀 내라'고 성화를 할 정도다.

"옛날에 정원에 파티까지 할 수 있는 대저택을 가졌었다면, 지금은 그것보단 작지만 아담하고 튼튼한 집을 지어놓은 기분이에요. 돈으로 부자일 때보다 마음의 부자인 지금이 100배 더 행복해요. 이 행복을 혹여 뺏길까 두려울 정도라니까요."

마지막으로 그는 이 말이 상투적으로 들리지 않길 바란다며 음악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진짜 힘들 때 제 곁에서 인생의 나침반이 돼 준건 역시 음악이에요. 인생에서 표류할 수 있는 가장 힘든 시기에, 음악이 나를 지탱해줬죠."

그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김원준은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한다. 음악이 그를 다시 무대에 서게 했고, 팬들을 찾아줬다. 음악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고난이 없다면, 행복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김원준은 최고였던 옛날, 힘들었던 어제, 행복한 오늘을 다 가슴 속에 새긴다. 그리고 더 찬란하게 빛날 미래를 꿈꾼다.

뮤지컬 \'라디오 스타\'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플레이 뮤지컬 '라디오 스타'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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