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 없는 '종합병원2'를 보는 불편한 시각

김겨울 기자  |  2008.12.11 13:44


MBC '종합병원2'의 뚜껑이 열렸을 때, 14년 전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종합병원'을 계승한 작품이라는 기대가 컸던 만큼, 더 가혹한 평가가 이어졌다. 시청자들은 기존 의학 드라마에 비해 빠른 전개와 낯선 캐릭터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면서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라는 관심을 보였다.


또한 잦은 의사들의 실수로 인해 '오진 드라마'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의사가 생명의 소중함을 다루는 신성한 직업이 아닌 집단이기주의에 갇힌 집단으로 보는 의료전문변호사를 꿈꾸는 하윤(김정은)의 시각 역시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기 충분했다.

특히 꺼져가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의사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고 매스를 잡은 헌신적인 김도훈(이재룡)이 오진을 한 것임이 드러났을 때 시청자들은 배신감과 허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시청자들이 의학 드라마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하얀거탑'의 김명민이나 '뉴 하트'의 조재현처럼 죽은 사람도 다시 살리는 또 하나의 영웅을 보기 위함도 있었다. 이들은 환자가 깨어나는 그 순간까지 땀방울을 흘리며 수술에 몰두하는 의사의 모습에서 감동받는다.

하지만 '종합병원2'는 너무 쉽게 환자의 생명을 결정짓는가 하면, 10일 방송에서 북한산에서 추락한 환자를 대하는 모습에서는 위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의의 늦은 지원과 레지던트의 미숙한 처치로 결국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 게시판은 "병원이 무서워서 못가겠다", "의사들을 못 믿게 하는 드라마"라며 원성이 가득하다.


이 같은 원성에 '종합병원2'의 노도철 PD는 "우리의 목적은 의사도 실수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의사의 인간적인 면을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노 PD의 말처럼 '종합병원2'에는 인간은 있되 영웅은 없다. 하지만 인간은 영웅처럼 구원하진 못하지만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게 '종합병원2'의 생각이다.

즉, '종합병원2'에서 병원의 이익과 자신의 출세에 관심 있는 한기태(이종원)의 생각이 때로는 환자를 위해 의사 명예도 져버릴 수 있는 김도훈의 열정보다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게 이 드라마의 담담한 시각이다.

노 PD는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면 레지던트들이 수술에 굶주려 있는 모습을 보인다. 때로는 잔인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수술이 가벼운 환자를 보면 시큰둥하고 위험하고 희귀한 병의 수술에 환호한다. 어찌 보면 블랙코미디 같은 면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라며 같은 의학 드라마라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사실 의학 드라마는 그 간 생명을 다루는 존엄한 일로서 치부됐기에 실수를 다루는 것은 큰 사건으로 이어지거나 금기시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노 PD는 "모든 사회에서 실수는 있을 법한 일이라며 더욱이 초짜 의사인 레지던트가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박한다.

출연 배우인 이재룡 역시 "환자에 대한 믿음으로 내가 수술을 집도했지만 결국 잘못된 판단으로 밝혀진 장면이 오히려 김도훈을 인간적으로 만들었다"며 "'종합병원2'가 보이는 새로운 메시지"라고 말했다.

노 PD의 말이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우리나라 현실에서 '실수할 수도 있는 가정을 둔 의사'라는 설정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8회부터는 의료전문소송변호사를 꿈꾸는 하윤(김정은)이 본격적으로 의사 집단과 갈등을 예고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하다.

현실 의사와 드라마 속 의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과연 도를 넘을까, 아니면 노 PD가 말하는 '그레이 아나토미'처럼 의사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조명이 될까. 하지만 일단 '신의 손'이 없는 의학 드라마를 시도했다는 점만큼은 신선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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