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진 "외모에 치중된 캐릭터, 조바심은 안난다"

김현록 기자  |  2008.12.11 14:39
탤런트 이정진 ⓒ송희진 기자 songhj@ 탤런트 이정진 ⓒ송희진 기자 songhj@


이정진의 서른살 첫 작품, 이정진의 첫 일일극, 이정진의 첫 아버지 연기…. 그러나 MBC 일일극 '사랑해, 울지마'의 이정진이 왠지 한결같다면 그건 여전히 전과 비슷한 모습인 그의 캐릭터 탓이다.


그가 맡은 주인공 한영민은 조금은 냉소적이지만 능력있고 매력적인 젊은 건축가다. 제대 후 첫 작품이었던 '9회말 2아웃'에서 빠졌던 힘이 다시 들어간 느낌이랄까. 실제 만나본 그는 훨씬 소탈하고 여유로운 사람이었다.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말투에서는 따뜻한 정감도 느껴졌다.

극중 영민의 삶은 존재조차 몰랐던 6살난 아들이 찾아오면서 졸지에 위기를 맞는다. 까칠한 완벽남에 머물듯 했던 이정진의 모습도 변해갈 것이다. 6개월간 120부로 이어지는 작품을 통해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촬영 스케줄이 빡빡하다더니 눈이 다 빨갛다.

▶미니시리즈 찍는 기분으로 찍는다. 게다가 1주일에 5일은 야외에서 찍으니까 틈나는 대로 자는 수밖에 없다. 저번주까지는 새벽 3∼4시에 촬영을 끝내고 바로 아침 7시반까지 스탠바이를 했다. 한두 시간 잤나? 그것도 반은 자동차에서, 집에서 자는 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 지금은 좀 낫지만.


전개 속도도 정말 빠르다. 이제 20회도 방송이 안 됐는데 영민이는 약혼식을 했다가 모르던 아들이 나타나 파혼을 맞고 모든 게 변했다.

탤런트 이정진 ⓒ송희진 기자 songhj@ 탤런트 이정진 ⓒ송희진 기자 songhj@


-약혼녀 오승현씨한테 따귀 맞는 장면이 정말 리얼했다.

▶작품 하면서 수없이 맞았지만 그렇게 맞은 걸로 크게 알려진 것도 처음이다. 스태프도 워낙 맞고 때리는 장면을 많이 보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내가 맞은 날은 괜찮냐고 걱정을 다 해주더라. 찍을 땐 아픈 줄도 몰랐다. NG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맞는 장면을 다시 보면 처음 한 대를 맞고 나도 모르게 몸이 밀려서 카메라 앵글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오승현씨 손 진짜 맵다.(웃음)


-처음으로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내가 애 아버지로 나오면 어쩌나 이런 고민은 없었다. 경험이 없다보니 주변 분들에게 많이 조언을 구했다. 계속 연기를 하다 보니 아역으로 나오는 친구랑 교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요즘은 내가 아빠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선 굵은 외모 탓일까? 무뚝뚝하고 까칠한 캐릭터를 주로 맡는다.

▶그 전에 했던 역할들 자체가 외모에 치중한 게 많았다. 차갑고, 냉소적이고. 그래도 제일 비슷했던 게 '9회말 2아웃'이었다. 저희 사장님도 '멋있는 거 많이 했잖아, 이건 평소대로 하면 돼' 했을 정도니까.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랑 이정진이란 사람은 참 다르다.

그렇다고 조바심을 내거나 불만스러운 건 없다. 배우라는 작업 자체가 길게 가는 것이지 않나.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직업도 배우뿐이고, 연기는 평생 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의 연기가 나중에 득이 됐으면 됐지 독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도 무뚝뚝하고 까칠한가?

▶실제로는 오히려 솔직해서 문제가 될 정도다. 하지만 일을 할 때는 드라마 속 모습도 나온다. 연기 준비하고 그럴 땐 내가 봐도 까칠할 때가 있다. 준비가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평상시엔 오히려 우유부단하다. 메뉴도 잘 못 고르고, 사람 만날 장소도 못 고르고 '어 그래 먹자', '어 그래 가자' 하고는 따라가는 스타일. 노인네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군에 다녀오니 많은 게 변했던가.

▶내가 30대로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 데뷔 때 같은 회사였던 원빈씨를 사석에서 만났을 때 그런 얘기를 했다. 예전에는 현장에서 먼저 '식사 맛있게 하세요' 인사를 하고 다녔는데 이제는 스태프들이 '형 식사는 하셨어요'하고 물어본다고. 이젠 스태프나 배우들 상당수가 저보다 더 어려졌다. 서른이 되니 자세도 달라진다. 예전에는 쫑파티에라도 가면 어떻게 술 덜 먹고 조용히 사라질까 궁리했는데 요즘엔 내가 중심이 됐다. 가버리면 표가 너무 나서 그럴 수가 없다.

-결혼 생각은 안 해보나?

▶그건 잘 모르겠다. 사랑하는 삶이 나타난다면 언제든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사실 바빠도 연애는 다 하지 않나. 연애할 시간이 없다는 건 조금 아닌 것 같고, 성격적인 문제인 것 같다. 인정할 건 인정을 하는 편이 빠르다.(웃음)

-연말이다. 올 한해와 내년, 바람이 있다면.

▶올 한해 안 좋은 일이 많지 않나. 이런 때일수록 가까운 친구나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진정한 감동을 확인하는 연말이 됐으면 좋겠다. 나로선 내년 5월까지 해야 하는 드라마를 위해 컨디션 유지 관리 잘 해서 잘 마무리하는 게 일단의 목표다. 배우로서, '쟤는 진실하게 연기하는 것 같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