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종국 ⓒ최용민 기자
김종국, 그 남자는 그랬다. 터보 시절 '검은고양이 네로'로 귀를 마비시킨 댄스가수였고, 한때 귀여운 '슛돌이들'이 언제나 따르던(심지어 입소전 눈물까지 흘리던) '축구 감독님'이었으며, 'X맨'과 윤은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든든한 남자였다. 무엇보다 여자 가수들도 따라 하기 힘든 그만의 '가늘고 가냘프고 간드러진' 음색, 이 모든 것들의 '더하기'가 바로 김종국이었다.
김종국, 하지만 그는 지금 단언컨대 국내 몇 안 되는 발라드 가수다.
우선 2008년 겨울, 요즘 그가 '미는' 5집 후속곡 '고맙다'를 들어보자. '..고맙다 내게 와줘서 고맙다 기다려줘서/ 더 외롭지 않게 이렇게 나와 함께 해줘서/ 사랑해 말해줄 사람 내게도 만들어줘서/ 그게 다 너라서 니가 내 여자라서 고맙다..' 사실 김종국 특유의 음색이 돋보인 이 '고맙다'는 소속사에서도 인정했듯, 타이틀곡 '어제보다 오늘 더'보다도 주변 사람들 평가가 더 후했던 곡이다.
이제 터보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보자. 1995년 김종국과 김정남이 듀오로 데뷔한 1집 댄스곡 '나 어릴적 꿈'은 발표되자마자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이후 지금도 12월 시즌만 되면 입에서 술술 나오는 '검은 고양이 네로'를 비롯해 '굿바이 예스터데이' '러브 이즈' 등 거의 모든 터보 앨범이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때도 '어느 째즈바'와 '회상'은 김종국 특유의 음색이 돋보인 터보의 발라드 명곡으로 꼽힌다.
'이젠 슬퍼하지 않을꺼야 내 맘속엔 없으니/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하겠지/ 너를 알기전 나는 항상 혼자였으니..'(어느 째즈바) '아무도 없는 겨울의 바닷가/ 너무나 슬퍼보인다고/ 우리가 바다곁에서 친구가 되자고/ 내 등에 숨어 바람을 피할 때/ 네 작은 기도를 들었지/ 언제나 너의 곁에 우리 항상 함께 해달라고..'(회상)
하지만 이런 김종국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터보 해체 후 2001년 솔로로 변신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한 것이다. 1집 댄스곡 '남자니까'로 활동을 재개했으나 "터보의 색깔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혹독한 평가와 함께 조용히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그러나 김종국은 2004년 2집에서 발표한 발라드 한 곡으로 기사회생했다. 그게 바로 김종국 대표곡 중 하나인 '한 남자'다. '한 남자'는 또한 김종국이 발라드 가수로 확실히 자리잡게 만든 대표곡 중 하나다. '참 오래 됐나봐 이 말조차 무색할 만큼/ 니 눈빛만 봐도 널 훤히 다 아는/ 니 친구처럼 너의 그림자처럼 // 늘 함께 했나봐 니가 힘들 때나 슬플 때/ 외로워할 때도 또 이별을 앓고서/ 아파할 때도 니 눈물 닦아준 // 한 남자가 있어..널 너무 사랑한../한 남자가 있어..사랑해 말도 못하는..'
그리고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2005년 3집. '제자리걸음' '사랑스러워' '별, 바람, 햇살 그리고 사랑' 등이 거의 동시에 대히트를 거뒀고, 그 해 여름부터 가을까지 사람들은 김종국의 이들 노래에 심하게 중독됐다. 특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로 시작되는 '사랑스러워'는 그의 음색이 빠른 템포의 곡에서도 통함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김종국은 이 노래들로 그해 연말 방송 3사 가요시상식에서 대상을 모두 휩쓰는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 김종국은 2006년 초 4집 앨범 발표를 앞두고 군 입대로 공백기를 가졌다. 4집의 발라드곡 '편지'는 김종국의 애잔한 목소리만을 남긴 채 잊혀지는 듯 했으나 1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그 해 골든디스크상을 수상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감히 영원을 약속합니다/ 세상 어떤 말도 그대 앞에 부족하지만/ 나의 눈물이 말해줍니다/ 나의 가슴에 새겨둡니다/ 내 삶의 끝까지 지워지지 않을 이름..'
'고맙다'로 활동중인 김종국은 말했다. "나의 진심을 담아 노래할 때 듣는 사람의 마음에 닿을 것이라 믿는다. 뮤지션보다는 팬들 곁에 잊혀지지 않는 대중가수로 남고 싶은 마음"이라고.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씨는 이를 이렇게 해석했다. "김종국의 새 앨범은 '위대한 가수가 되겠다'는 설익은 욕심이 아니라 '대중의 사랑을 얻겠다'는 솔직한 욕망의 체화"라고. '한남자'부터 '고맙다'까지 김종국, 그는 이렇게 우리 곁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