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도 그 열정을 꺾지 못했던 불굴의 배우이자 연극 연출자 고 박광정(46)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했다.
고 박광정의 발인식이 17일 오전 엄수됐다. 이날 오전 10시께 빈소인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식은 유족의 뜻에 따라 언론에는 비공개로 치러졌다.
발인식에는 미망인과 두 아들을 비롯해 유가족과 친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큰아들 주노 군이 영정을 들든 가운데 권해효 오달수 김뢰하 임하룡 유해진 안내상 홍석천 등 생전 고인과 함께했던 연극·영화계 동료들이 그 뒤를 따랐다.
고인의 시신은 고인이 평소 사랑했던 대학로에 들렀다 유언에 따라 경기도 성남 화장장에서 화장 뒤 분당메모리얼파크(구 분당남서울공원묘지)에 안치될 예정이다.
고 박광정은 지난 3월 폐암 판정 이후 항암 치료를 계속해 왔으나 증세가 악화되면서 지난 17일 오후 10시께 끝내 숨을 거뒀다. 박광정은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도 이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은 채 연극과 연기에 대한 의지를 불태워와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1962년생인 박광정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92년 연극 '마술가게'를 선보이며 연출자로 이름을 먼저 알렸다.
이후 연극계에서 연출자와 연기자로 활약하다 1994년 차인표, 신애라 주연의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를 통해 인상적인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그 후 '미스터 큐', '맛있는 청혼', '사랑한다 말해줘', '아일랜드', '하얀거탑', '뉴하트' 등 수많은 드라마에 감초 조연으로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넘버 3' '꽃잎', '남자이야기' '세상 속으로', '자귀모' 등 여러 편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지난해에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로 제1회 국제이머징탤런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 3월 심한 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갑작스런 폐암 선고를 받고 항암 치료에 들어갔다. 고 박광정은 이 사실을 일부 지인에게만 알리고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당시 이미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상태였으나 그 와중에도 연극 '서울노트'를 연출하는 등 연기에 대한 열정을 굽히지 않았다.
고인은 그러나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두 아들과 아내, 그리고 그가 목숨과 바꿔서라도 계속하고자 했던 연극을 남겨둔 채 지난 15일 눈을 감았다. 올해 2월 종영한 MBC 드라마 '뉴하트'가 그의 마지막 출연작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