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웬수야?'
간도 빼줄 것처럼 친하게 지내다가도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 다투는 친구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특히 좋은 모습으로 이미지를 가꿔도 모자란 연예계에 이런 이들이 있다면 더욱 놀랍다. 챙겨주지는 못할 망정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이기 때문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이들의 다툼은 보는 이들을 배꼽 잡게 한다.
영화계 소문난 단짝으로 알려진 정준호(38)와 신현준(40)이 대표적이다. 매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서로에게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어 시상식에 재미를 더한다. 사회를 맡은 정준호는 신현준을 "연기력은 없지만 사랑스러운 배우"라고 소개하는가 하면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전도연에게 "만약 상대역이 황정민이 아니라 신현준이었다면 감정몰입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었다.
신현준 역시 "정준호는 신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맞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올해에도 정준호의 파혼을 거론하며 "1년에 한 번씩 결혼한다고 하는데 정작 결혼일이 다가오면 친구로 지낸다"며 "결혼이 무슨 자신을 홍보하는 일이냐"고 말해 복수극을 펼쳤다.
방송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앙숙이지만 실제로는 10년 이상의 우정을 자랑하는 환상의 짝꿍이다. 16일 KBS2 '상상플러스 시즌2'에 함께 출연해 사우나에서 땀을 빼며 친해진 과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도 신현준은 "10년 전 정준호를 처음 봤을 때 무명이었던 정준호가 너무 불쌍해 보였다"고 말해 정준호를 보기 좋게 한 방 먹였다.
76년생 '용띠클럽' 멤버 차태현과 김종국 또한 톰과 제리처럼 티격태격하는 사이다. 가수와 연기자로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들은 서로의 영역까지 헐뜯으며 비아냥거린다. 2005년 차태현 주연의 영화 '파랑주의보'가 개봉했을 당시 김종국은 "송혜교에게 너무 묻어가려고 한다"며 일침을 가하자 차태현이 "너나 잘해라. 연기할 생각은 절대 하지 말라"고 응수해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의 팬미팅에 게스트를 자청하거나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는 등 친형제 이상의 돈독함을 뽐내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에 차태현이 게스트로 출연해 김종국과 아침 식사 준비를 하며 찰떡궁합 호흡을 자랑했다.
영화 '이장과 군수'에 투톱으로 나란히 주연을 맡은 차승원(38)과 유해진(39)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영화계 단짝이다. 외모로만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지만 다수의 영화에 함께 출연하는 인연을 과시했다.
이들은 '주유소 습격사건'을 시작으로 '광복절 특사', '혈의 누', '국경의 남쪽' 등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2006년 동반 출연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차승원의 헬스클럽'에서는 사사건건 서로의 트집을 잡으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유해진이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는 차승원에게 "몸만 좋아서 어디다 쓰느냐"며 눈을 흘기자 차승원은 월등한 운동 능력으로 유해진의 기를 죽였다.
그러나 지난해 함께 출연했던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서 유해진은 "밥은 꼭 챙겨먹으라"며 따뜻한 전화를 하는 차승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속마음을 털어놔 촬영장을 훈훈하게 했다.
가요계 양대 산맥 태진아(55)와 송대관(62) 또한 둘도 없는 명콤비이자 라이벌이다. 이들은 평소 가요 프로그램과 콘서트 등 한 무대에 자주 서며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둘 중 한 명이 출연하면 나머지 한 사람은 자동으로 등장하는 바늘과 실 같은 존재다.
그러나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서로의 약점을 들춰내며 쓴 소리를 서슴지 않는다. 태진아가 언제나 가요 시상식 무대에 함께 오르는 송대관을 거론하며 "내가 송대관을 업어 키웠다"고 주장하자 송대관은 "트로트계에서 태진아는 신인이나 다름없다"는 말로 대응했다.
끈끈한 우정을 호통으로 풀어내는 두 사람은 함께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TV 광고에도 나란히 출연해 변치 않는 우정을 선보였다.
때로는 콤비로, 때로는 앙숙으로 으르렁대는 단짝 스타들의 우정은 연예계를 훈훈하게 만든다. 찰떡 호흡으로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이다. 서로에 대한 우정과 믿음을 바탕으로 한 콤비 플레이가 큰 재미를 안기며 연예계 생명력을 연장시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