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 400회가 스타 패널들의 거침없는 입심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8 대한민국을 말한다'는 주제로 방송된 '100분 토론'은 1부에서 시청자들이 선정한 주요 이슈에 대한 퀴즈쇼가 펼쳐졌고, 2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다뤘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방송 논객으로는 방송인 김제동 이외에도 가수 신해철, 전병헌 민주당 국회의원,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전원책 변호사 등이 출연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 대표는 국회 일정으로 방송에 불참했다. 토론의 스타들이 참여한 특집답게 방송 내내 강도 높은 발언이 쏟아졌다.
400회 100분 토론의 말말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법치주의는 권력자가 헌법과 법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라는 뜻이다. 똑같이 분말 소화기 뿌리고 전경들과 머리 잡고 싸웠는데, 야당 대표는 대통령과 밥 먹고, 유모차 엄마, 예비군 모임, 발언했던 연예인은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다닌다. 법 앞에서의 평등이란 헌법의 대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촛불집회에 대해)
▶"여론조사에서 내년에서는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박하게 잘못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저는 기대라기보다는 '제발 좀 잘 해주세요'라는 절박한 호소라고 생각한다. 잘 할 것이라고 믿어서 아니라 잘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하는 호소다."(이명박 정부 1년 평가에 대해)
▶"잘 할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 지금 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 젊은이들이 '개념 있다'는 말을 하는데 정부도 개념 정부가 돼야 된다. 어떤 정도로 따지고 완급 조절을 하는지…. 아무 개념 없이 막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준다."(이명박 정부 1년 평가에 대해)
방송인 김제동
▶"아픈 곳을 찌르신다. 자꾸 (일이) 몇 개씩 줄어들고 있다. 우리 연예인들이 느끼는 것은 나은 편에 속한다. 그것 가지고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현재의 위기는 가장 하층부터 친다고 보기 때문이다."(금융위기로 인한 경제 불황에 대해)
▶"저도 연예인이 아닌 상태로 30년을 살았고 연예인이 돼서 7년을 살았다. 저도 TV를 보며 연예인이 '길거리에서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하면 먹고 있는 소주잔을 던졌다. 나랑 바꾸자고. 이 생활을 하니 일정 부분 이해가 된다. 서로가 서로의 가슴 깊은 곳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관계들을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최진실 등 연예인들의 자살에 대해)
▶"IT 안에는 기술적인 하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인간의 마음도 있다. 선플 운동이나 자율적인 것에 맞기더라도 그 안에 소화할 여력이 있다. 그 정도는 저희들을 믿어주셔도 될 것 같다."(사이버 모욕죄에 반대하며)
가수 신해철
▶"고인의 이름을 다시 언급함으로 해서 마음 아픈 일이 다시 안 벌어졌으면 하지만 이것이 '연예인도 사람이구나' 차원의 사건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차원에서 봤으면 한다. 부와 명성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깨달음으로 전해져야 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사회를 이끄는 정신적인 이념이 없다. 천민 패러다임 아래서 정신없이 잘 먹고 잘살자는 이야기만 해 왔다."(고 최진실 등 연예인들의 자살에 대해)
▶"제가 느끼는 모욕감에 대해 보호를 요청한 적이 없다. 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데, 저는 이미 영생의 길에 도달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사이버 모욕죄에 반대하며)
▶"동방신기와 비의 노래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하고 있는데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청소년들이 보기에 모범적인 모습은 아니다. 국회를 청소년 유해단체로 지정하고 뉴스에서도 이를 못 보게 해야 한다…. 국회 역시 19금이다."(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단독 상정하면서 벌어진 대립을 비와 동방신기가 청소년보호위원회로부터 유해 판정을 받은 데 빗대)
전원책 변호사
▶"촛불시위는, 처음 아이들을 따라 어른이 나온 건 이명박 정권의 헛발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수위 때부터 점령군 행세를 하면서 영어 공교육, 한반도 대운하니 말도 안 되는 공약을 내다가 드디어는 같은 교회 같은 지역 같은 학교 나온 사람들로 주로 내각을 구성하고, 인사 난맥부터 너무 실망을 끼친 거다. 이러다보니 쇠고기 파동이 하나의 명분이 된 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촉발된 촛불집회에 대해)
▶"좋은 뉴스를 찾아보려고 해도 없었다. 김정일이가 죽을 뻔 했으니까, 죽었으면 기분이 무진장 좋았을 텐데. 일일이 국방위원장이라고 안 해도 되고 기분 좋았을 텐데."(올해의 좋은 뉴스를 꼽아달라고 하자)
▶"노무현 정권 1년 때 혼돈이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카오스 수준이다…. 이 대통령도 노대통령과 똑같이 말씀이 많다. 솔직히 그 말씀이 국민을 헛갈리게 한다…. 대통령 취임사를 보면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간다고 한다. 세상에 이념이 없는 시대가 어디 있습니까. 이러니까 저 같은 사람이 영혼이 없다고 비판을 하는 거다."(이명박 정부 1년 평가에 대해)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누구도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집회와 시위가 전세계에서 최초로 발생했다. 대한민국이 IT강국이란 문화적 측면이 정치적으로 표현됐다. 거기에 새겨져 있는 메시지를 읽는 것이 중요한데 정부는 주동자를 찾아라, 시민들은 거짓된 정보에 홀려 나온 좀비들이라고 취급한다. 그것이 현 정부의 한계다."(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촛불집회에 대해)
▶"사실 인터넷서 가장 많이 욕먹는 사람이 나다. 온갖 욕설이 다 나오고 말도 안 되는 얘기도 있는데 솔직히 저는 하나도 모욕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검찰이 모욕감을 느끼고 나를 위해 고소를 해주는 게 말이 되겠느냐. 사실 검찰이 저 같은 사람이 모욕 느끼는 데 관심 있겠느냐. 보호해 줄 것은 대기업이나 관료, 의원님들이 아니겠느냐…. 경찰이 전화해서 '모욕감을 느끼냐'고 물었을 때 '예'하면 처벌하는 게 법이냐." (사이버 모욕죄에 대해)
▶"YTN 해직기자 모임에 다녀왔는데 어느 개그맨이 그런 소리를 하더라. '나라가 보일러냐 거꾸로 가게.…'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노무현 때만 해도 소위 대통령 욕하는 게 국민 스포츠다 할 정도. 지금은 경제 예측만 해도 사법처리 협박이 들어오니까 자율성이 살지 않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이명박 정부 1년 평가에 대해)
▶"모든 것이 반시대적이다. '계획은 내 안에 있고 너희들은 움직여라. 나는 CEO고 너는 사원이다 나는 두뇌고 너희들은 수족이다….' 문제는 그 두뇌 속에 있는 게 삽 한 자루 밖에 없으니까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중소기업 망년회나 시장에 나타나서 깜짝쇼를 한다. 매일 강림의 쇼다. 목도리 좀 주고 배추 좀 사면 그래서 경제가 살아나면 얼마나 좋겠나. 사진 몇 개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이명박 정부 1년 평가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