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악의 연기자는 누구?'
미국에서는 매년 2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하루 전날 그 해 최악의 영화인과 작품을 선정하는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가 열린다. 올해에는 에디 머피와 린제이 로한이 각각 최악의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올해로 28회 째를 맞는 이 시상식은 미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선정한 750명 이상의 영화 전문가들과 기자들이 참여해 꽤 공신력이 크다.
만약 한국에서 이 시상식이 열린다면 과연 누가 수상의 영예를 차지할까?
국내 네티즌들은 올해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를 대상으로 최악의 연기자 후보를 선정했다. 이들이 만든 발연기 대상 UCC(사용자 손수제작물)에는 총 3명의 후보가 올랐다.
첫 번 째 후보는 지난해 종영한 SBS '쩐의 전쟁'의 신동욱이다. 올해의 작품은 아니지만 국어책을 읽는 듯한 그의 어색한 연기와 발음은 탑3에 충분히 이름을 올릴 만하다.
소유 지분을 이야기 하면서 '퍼센트'라는 단어를 '퍼엔트', '퍼인트'라고 발음하는가 하면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 쯤은 있는 거예요"라는 대사를 "누나 가슴에 삼천 원 쯤은 있는 거예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상은 "뭐지, 이 신선한 충격은?"이라는 자막으로 그의 연기를 한 마디로 압축했다. 그러나 지난해 작품인지라 올해 수상의 영광은 안타깝게 물 건너갔다.
박빙의 대결은 두 번 째 후보부터 시작된다. 주인공은 KBS1 '너는 내 운명'의 강호세 역을 맡고 있는 탤런트 박재정이다. 주방 가구 전문 업체 '로하스'의 홍보 마케팅 팀장을 맡고 있는 그는 명실공히 '발연기(발로 하는 것처럼 못하는 연기)의 달인'이다.
배우에게는 안타까운 얘기지만 그의 연기는 어색하기 짝이 없다. 불안한 발성과 발음 탓에 대사를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다. "공모전 일 다 잊고"라는 대사는 "곰모자니다이코"로 들린다. 명대사라고 불리는 "어머니, 정말 왜 이러세요"는 "어모이, 전말 왜 히르세요"로 들릴 정도다. 대사가 없어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수로 컵을 떨어뜨리는 장면은 일부러 컵을 쳐서 떨어뜨리는 연기가 확연히 보이고 주먹에 맞아 쓰러질 때도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발호세'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또 한 명의 에이스는 MBC '에덴의 동쪽'의 이연희다. 이연희는 어색한 연기 때문에 극 초반부터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극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튀는 대사 처리와 부정확한 발음이 문제였다.
"잔뜩 겁먹었구나. 나 동맥 끊은 적도 있는 애야"라는 대사는 "잔뜩 검머어꾸나. 나 동매 끄은 적도 인는 애야"로 들린다고 지적했고 "날 벌써 사랑하게 된거니?"라는 대사 또한 네티즌들의 '손발을 오그라들게'했다. 압권은 그의 호탕한 웃음소리다. "아하하하하"라는 웃음은 국어 책의 글자를 또박또박 읽은 듯하다.
네티즌들은 "연기의 신세계를 열었다"며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영상에는 없지만 MBC '종합병원2'의 김정은도 강력한 후보다. 그의 주체할 수 없는 오버 연기가 빛(?)을 발했다. 사법고시를 패스한 뒤 의료소송전문 변호사가 되겠다며 의학계의 뛰어든 정하윤이라는 캐릭터에 과장된 연기가 더해져 흡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코믹 연기의 대가로 안정된 연기를 선보여 왔던 그였기에 비판이 더욱 거세다. 툭하면 분노하고 정의를 부르짖는 정하윤을 두고 연출을 맡은 노도철 PD는 "역할의 특성상 어떤 배우가 맡았더라도 같은 비판을 들었을 것"이라며 개성 강한 캐릭터를 탓했지만 비난은 여전히 식지 않았다.
MBC 주말극 '내 인생의 황금기'의 문소리 또한 극중 배우들과 조화되지 않는 어색함으로 뭇매를 맞았다. 그의 흔들리는 음성과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표정연기는 베니스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받았다는 그의 이력을 의심케 한다. 발호세나 발연희만큼 막강하진 않지만 아차상 정도는 수상할 만하다.
영상은 누가 최악의 연기 대상 수상자인지 확정하지 않았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으로 남겨뒀다.
단순히 웃고 즐기기에는 해당 연기자들에게 아픈 구석이 많다.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치욕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오명이 훗날 명배우로 성장할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