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올린 패러디 포스터
"21세기에 80년대 토크쇼를 하고 있는 박중훈?"
21일 방송 2회 째를 맞은 KBS '박중훈 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이하 박중훈 쇼)을 본 시청자가 쓴 소리를 던졌다. 지난 14일 장동건을 게스트로 내세우며 화려하게 막을 올린 '박중훈 쇼'는 오락과 시사를 폭넓게 아우르는 신개념 토크쇼를 표방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그의 미흡한 진행 능력과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도마 위에 오른 것. 1회에는 장동건 토크쇼 도중 경주용 자동차인 F1 차를 소개 하는가 하면 2회에서는 연예인과 여성 정치인 3명을 연이어 게스트로 앉혀 흐름을 끊었다.
<사진제공=KBS>
평소 방송에서 만나기 힘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질문도 변변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장동건에게는 "연애는 몇 번 이나 해봤나", "여자의 외모 중 어디를 보는가" 등의 질문을 던져 신변잡기적인 대화에 그쳤다.
2회 출연한 나경원, 박영선, 박선영 국회의원들은 남편, 아이들과 관련한 이야기를 끌어내 어색했다는 평이다. '박중훈 쇼에서만 볼 수 있는 정치 이벤트 한 마당'은 어디에도 없었다. 할당된 시간이 짧아 대화의 깊이도 깊지 않았다.
최진영이 누나인 고 최진실을 잃은 슬픔으로 울음바다가 된 후에 여성 정치인 3명이 노래를 불러 프로그램의 통일성이 깨졌다. 한 바구니에 너무 많은 것을 채우려다 흘러 넘쳐 버린 격이다.
평소 예능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했던 박중훈의 입담도 볼 수 없었다. 그의 이름을 내걸기엔 색깔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색 없는 무미건조한 진행은 마치 오래된 토크쇼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배꼽 잡게 하는 웃음도 없고 유익한 시사 정보도 딱히 찾아보기 힘들다.
산만한 구성은 프로그램을 조롱하는 패러디 포스터로 이어졌다. 포털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는 영화 '집으로'를 패러디한 '과거로' 포스터가 등장했다. 슈퍼맨 복장을 하고 멋지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중훈의 머리 위로 '21세기 방송 한 가운데에 80년대 토크쇼가 배달됐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톡톡 튀는 입담을 자랑했던 박중훈의 순발력이 낡아버렸다는 소리다. 게스트의 한 마디를 낚아채던 발군의 재치는 어디론가 증발해 버렸다. '국민 배우 박중훈의 과감한 외출. 2008년 시사교양 토크쇼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는 슬로건마저 비웃음으로 들린다.
첫 회에 이어 두 번 째 방송마저 논란이 되자 네티즌들은 "예능인지 교양인지 알 수가 없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진행에 할 말을 잃었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주말에 빵빵 터트릴 사람은 박중훈 뿐인가"라며 반어법을 쓰는 네티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