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해 돌연 하차 왜? '에덴의 동쪽' 갈등 표면화

김현록 기자  |  2008.12.23 09:38


MBC 47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 출연중인 연기자들의 비중과 처우에 대한 갈등이 이다해의 돌연 하차 선언으로 표면화됐다. 이다해는 지난 22일 밤 '에덴의 동쪽' 홈페이지 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려 하차 의사를 밝혔다.


이다해는 시청자들에게 죄송하다며 "(하차에 대해)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많은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인지, 육체적으로도 지치고 괴로워 촬영하기 힘들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 연기자로 이 작품을 끝까지 책임지고 제 역할을 충실할 의무가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이런 상태의 심신으로 연기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죄송스러운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이다해의 소속사 측과 제작진 측은 22일 당일만 해도 하차에 대해 유보적이었다. 소속사 측은 하차 선언이 나온 현재까지도 '작가 교체 등이 계기가 됐다, 제작진과 갈등은 없었다'고 전할 뿐 구체적인 설명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하차 선언이 연기자 본인이 홈페이지에 직접 쓴 글을 통해 터져 나올 만큼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


제작비 250억 대작으로 야심차게 출발한 '에덴의 동쪽'은 이다해를 비롯해 송승헌 연정훈 박해진 한지혜 이연희 이미숙 유동근 조민기 정혜영 등 주연급 연기자들을 대거 캐스팅해 얽히고설킨 복수극을 그릴 계획이라고 밝혀 초반부터 큰 화제가 됐다. 하나의 주연배우로 쏠림 없이 모든 연기자들이 돋보일 수 있는 드라마를 그리겠다는 게 처음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같은 야심대로 극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초반부터 이곳저곳에서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방송을 앞두고 진행된 포스터 촬영은 이 같은 갈등에 대한 예고나 다름없었다는 게 드라마 출연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시 9시간 가까이 촬영이 이어졌지만 주연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으지 못해 결국 개인별로 찍은 사진을 조합하는 것으로 포스터 촬영이 마무리됐다. 어느 배우가 돋보이는 가운데 자리를 맡느냐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불만의 목소리는 계속 터져 나왔다. 드라마 중반 '국자커플'로 불리던 송승헌 이연희 커플에게 비중이 쏠리면서 다른 연기자들은 상대적으로 심한 소외감에 시달렸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 주연급 연기자들을 모아두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흘러나왔을 정도다.

캐스팅 당시와는 크게 달라진 비중과 처우에 대한 연기자들의 푸념도 이어졌다. 모 연기자는 "1주일에 7일씩 하루도 빠짐없이 촬영이 이어진다. 그런데 딱 한 신만 찍는다. 이런 일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다"며 허탈해했다. 다른 연기자는 "주어진 분량은 적고 다른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며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혜린 역의 이다해의 박탈감은 더욱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혜린은 언론 재벌가의 둘째딸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팜므파탈적 매력의 소유자로 설정됐다. 극의 중심이 되는 동욱 역 연정훈과 동철 역 연정훈 사이를 오가며 복잡한 삼각관계의 한 축을 담당해야 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며 비중이 축소됐고, 단순한 분량의 문제를 떠나 이 같은 역할 자체가 설득력 있게 그려지기 힘들 정도가 됐다. "저의 역할이 이유 없는, 자기답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바보처럼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는 이다해의 토로에도 이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 있다. 출연 도중 촬영한 변변한 스틸 컷 하나 공개되지 않았을 정도다. 드라마를 시청자들도 이를 감지하고 관련 의견을 쏟아냈다. '에덴의 동쪽'에 출연중인 다른 연기자 측 관계자는 "없어도 되니 하는 얘기가 시청자들한테서 먼저 나오는데 이를 감내하기가 과연 쉬웠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다해의 하차 선언으로 향후 '에덴의 동쪽'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게 될지는 또 하나의 관심거리다. 당초 50회 계약을 하고 극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이다해의 중간 하차를 어떤 식으로 마무리 지을 것인가란 과제가 남았다. 연장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 과정에서 터져 나온 하차가 드라마 연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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