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없는 가요축제, 그 명과 암

김지연 기자  |  2008.12.30 08:46
2008년 큰 사랑을 받은 그룹 동방신기(위)와 빅뱅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2008년 큰 사랑을 받은 그룹 동방신기(위)와 빅뱅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시상자나 축하무대가 아닌 수상자로 무대에 서고 싶다."

중견 가수 태진아가 KBS '연예대상'에 시상자로 등장해 한 말이다. 오랜 불황의 늪을 지난 가요계가 2008년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제 2의 전성기'가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별 중의 별'들이 돌아왔고, 예년에 비해 음반 판매량도 부쩍 증가했다.


10만장이 대박의 기준이 받아들여지던 요즘, 빅뱅은 음반 판매 조사 사이트 한터차트 '가수 연간 차트'에서 최근 1년 간(2007년 12월15일~2008년 12월 13일) 약 46만 1000장을 팔았다. 근래 찾아볼 수 없는 판매량이다.

그만큼 올해 가요계는 풍성했고 성과도 좋았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시상식 시즌이 다가온 만큼 어느 해보다 풍성했던 2008년, 가수들도 한 해의 결산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웬일인지 방송3사마다 연예대상, 연기대상은 있는데 가요대상은 없다. 늘 불거지는 공정성 탓이리라.


사실 이처럼 가요 시상식이 없어진 데는 가수 및 가요 관계자들이 반성할 부분이 적지 않다. 대형기획사 출신 가수들에게 나눠주기 식으로 상을 남발, 공정성 시비로부터 늘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어느 순간 방송사들은 공정성을 문제 삼은 시민단체들의 공격에 지친 듯 상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몇 년째 시상식 없는 축제 형식의 연말 가요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그리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다.

개그맨도 연기자도 다들 상을 받는데 가수들만 한해의 공적을 가리는 시상식에서 소외됐기 때문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가수는 "연말만 되면 각종 연예대상과 연기대상 축하무대에 불려 다니는 것도 지겹다"며 "남의 잔치에 가서 노래만 부르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을 받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가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해 유독 뛰어난 성과를 얻었다면 상을 받고 싶은 욕심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 가수는 "과거 시상식들이 공정성면에서 문제가 된 것은 사실이나 시상식 자체가 없는 것도 문제"라며 "가수들도 공정한 잣대로 실시되는 제대로 된 시상식에서 그 해의 성과를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적잖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가수들이 SBS '인기가요'에서 1위에 해당하는 '뮤티즌 송'을 반기는 이유다.

물론 섣부른 가요 시상식의 부활은 또 다른 공정성 시비를 낳을 수 있다. 공정성 문제로 큰 홍역을 치렀고, 그 때문에 시상식이 폐지된 만큼 그 부활을 가늠하는 과정은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남의 잔치에 들러리만 서는 가수들에 그들을 위한 상이, 또 무대가 마련돼야 할 시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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