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 대상으로 인정받은 '우리 엄마'의 이야기

안방장악한 중견의 저력

최문정 기자,   |  2009.01.01 00:59
대상을 수상 중인 김혜자 ⓒ홍봉진 기자 대상을 수상 중인 김혜자 ⓒ홍봉진 기자


김혜자가 3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2008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KBS 2TV 주말극 '엄마가 뿔났다'에 출연, 철부지인 듯 속 깊은 엄마, 한자의 역을 맡아 연기한 공을 인정받았다.


그녀의 연기력이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던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새삼 말하기 어색할 법하지만 그럼에도 KBS 연기대상은 '대상'이라는 두 글자로 이를 재조명했다.

2008년, '엄마가 뿔났다'가 시청률 40%의 벽을 넘나드는 뜨거운 인기 속에 주말극의 최강 자 자리를 넘어 드라마 판도 전체를 재편했다. 그리고 김혜자는 이 드라마 속에서 익숙한 '우리 엄마'의 모습으로 분해 '엄마'라는 두 글자를 시청자의 가슴에 새롭게 새겼다.


드라마 속에서 김혜자는 자식 등 가족을 위해 무조건 양보하고 희생했던 수 십 년의 시간을 뒤엎고 "이 집을 나가고 싶다"며 폭탄선언을 했다. 결국 또 "죽는 날까지 무거운 십자가"라는 자식을 위해 "그냥 이렇게 살다 가는 거지 뭐. 감사해야지"라며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지만 잠시나마 실제로 집을 나가 자신의 삶 을 즐기는 모습에 수많은 엄마들이 대리만족했다.

'엄마가 뿔났다'가 인기리에 방송됐던 8개월여, 김혜자는 국민의 엄마였다. "찌들어 살다보면 한 때 좋았던 게 원수 같단 말이야", "누군들 자기 인생이 그렇게 마음에 들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알면서도 나는 내 인생이 정말 마음에 안 든다", "늙어가는 부모님에 대한 연민이 없는 자식은 부모를 쓸쓸하게 만든다" 등 김혜자의 입을 통해 입 밖으로 나온 수많은 엄마들의 가슴 밑바닥 꾹꾹 눌러 쌓인 찌꺼기들은 많은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또한 그녀가 그려낸 자연스러운 엄마의 모습은 많은 이들이 '엄마'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게 했다. 너무 잘 안다고 착각했기에 더 모르고 살았던 우리 엄마의 모습을 인생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멋지게 세운 그녀의 연기는 평범한 엄마가 아니었던 한자를 우리네 어머니의 꿈으로 띄웠다.

이날 KBS 연기대상에서는 대상을 수상한 김혜자를 비롯해 김용건, 장미희 등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고 특별상, 조연상 등 총 5개 부문을 수상하며 '엄마가 뿔났다'라는 이름을 드높였다. 조연과 주연, 평범과 비범을 넘어 새로운 대세가 됐던 '엄마가 뿔났다'가 남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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