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각 타종행사, KBS 중계 조작논란

도병욱 기자  |  2009.01.02 11:17
지난 1일 새벽0시 서울 종각에서 열렸던 보신각 타종행사는 1시간여 만에 종료됐지만, 후폭풍은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TV 속 보신각 주변과 실제 보신각 주변의 모습이 상이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행사장 주변에 현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가 열렸고, '한나라당 해체', '명박 반대' 등의 구호 소리 역시 끊이지 않았지만 TV에는 다른 해의 타종행사처럼 평온한 모습이 보여졌다. 이날 보신각 타종행사는 KBS 1TV가 '가는해 오는해 새 희망이 밝아온다'를 통해 생중계했다.

KBS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1일 이후 수 백개의 비판 의견이 쇄도했다. "그들만의 방송",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는 방송"이라는 비판 글이 이어졌다.


논란은 다음 등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도 이어졌다. "미소를 띄며 종을 치는 정치인 옆에서는 저항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지만, KBS는 이를 외면했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한 네티즌은 당시 시위대를 집중적으로 찍은 화면과 KBS의 화면을 비교하며 KBS의 편집방향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신각 행사는 온 국민의 축제기 때문에 일부의 시위를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는 주장으로 맞서는 네티즌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KBS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KBS가 방송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행사장 주변 시위대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대신 무대 위 가수를 향한 박수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들렸다는 의혹이다.

논란은 1일 MBC '뉴스데스크' 마무리 발언 이후 더욱 커졌다. 신경민 앵커는 "이번 보신각 제야의 종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다"며 "각종 구호에 1만여 경찰이 막아섰고,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언론 특히 방송의 구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청자들이 새해 첫날 새벽부터 현장실습교재로 '열공'(공부)했다"고 덧붙였다.


신 앵커의 발언에 네티즌의 KBS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KBS에 수신료 내기 아깝다"는 의견부터 "공영방송 체면은 그나마 MBC가 살려준다"는 의견까지 이어졌다.

이 프로그램을 맡은 KBS 예능팀 관계자는 논란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최대한 배제해야 되는 쇼의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사투나잇' 같은 프로그램이었다면 시위대의 목소리를 전면적으로 담았을 것"이라며 "축하쇼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 성격 상 시위장면을 담기는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방송 당시 소리가 왜곡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박수 소리를 까는 것은 다른 생방송을 연출할 때도 계속 사용한 방식"이라며 "의도하지 않은 소리를 최대한 막고 박수 소리의 편차를 줄이기 위한 일종의 '원칙'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의 바리케이드로 무대와 시민의 거리가 멀어 관객의 목소리가 오디오에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며 "여러 의미에서 안타까운 방송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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