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페이스샵 광고에 출연한 배용준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광고모델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한류스타 배용준을 전격적으로 기용했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만만치 않은 모델료 부담을 떨쳐낸 결정이다. 모델료가 낮은 조연급 코믹 모델에 눈돌리는 것과 상반된 전략.
효과는 적중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여성들이 중저가 화장품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엔화강세도 더페이스샵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자 일본 내 배용준의 팬은 한국 여행 및 더페이스샵 제품 구매를 늘렸고,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 매장의 경우 지난해 10월 매출액이 전년보다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외식이 줄어들기 마련. 요리 재료를 만드는 업체에게는 불황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간장으로 유명한 {샘표식품}이 대표적인 경우다. 샘표는 지난해 탤런트 이선균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공격적인 경영을 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요리 특강 이벤트까지 열기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샘표간장S501' 매출은 지난해 3분기에 전년동기대비 140% 급증했다. 10월에만 전년대비 182% 늘어난 20억원어치나 팔렸다.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는 가격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운 TV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경기가 어려운데 '비싼 밥'과 '비싼 커피전문점 커피' 대신 '싼 햄버거'와 '싼 맥도날드 커피'를 이용하라는 유혹이다. 맥도날드는 CF를 통해 3000원짜리 런치세트와 2000원짜리 커피를 홍보하고 있다. 아예 4000원짜리 커피전문점 커피 못지 않다는 전면적인 비교광고다.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Stay와 Vacation의 합성어. 경기 침체로 집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의미의 단어) 효과도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닌텐도가 출시한 가정용 게임기 위(Wii)와 위핏(WIi Fit).
지난해 12월 발매된 이후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를 감안하더라도 괄목할만한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평이다.
지갑이 얇아진 만큼 외출비마저도 부담스러운 가족들이 집에서 여가를 즐기는 세태가 위핏의 인기를 불러온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도 1일 신용경색에도 매출이 느는 사업 가운데 하나로 비디오게임 사업을 지목했다.
닌텐도 역시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TV를 틀면 위핏 광고가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광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특히 '가족과 함께 운동하며 즐긴다'는 메시지를 강조함으로써 '스테이케이션'의 의미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진로 J 광고의 한 장면
진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광고비용을 상반기 대비 약 20% 늘렸다"며 "소주가 불황의 영향을 덜 받는데다 경쟁업체와 경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광고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했다"고 밝혔다.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한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새 브랜드 J는 출시 3달 만에 1000만병 판매를 기록했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의 효과가 나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9년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은 이어질 전망이다. 진로 관계자는 "새 브랜드 J가 힘을 얻고 있지만 올해 소주 업계의 전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며 "불황과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광고 시장에 뛰어드는 전략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상반기에도 불황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비록 대부분의 기업이 울상을 짓고 있지만, 불황을 호재로 이용하는 상품을 가진 기업은 미소를 지으며 한층 공세를 취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