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 ⓒ이명근 기자
“내가 애리인가, 애리가 난가. 나도 내 모습에 놀라고 있다.”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지난 2일 전국일일시청률 31.2%(TNS 기준)를 기록하며 드디어 시청률 30%를 돌파했다. 절친한 친구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내쳐진 여자가 다시 그 남편을 빼앗으며 복수한다는 내용의 이 드라마는 극 중 은재(장서희 분)의 복수가 시작되며 본격적인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아내의 유혹’에서 은재의 복수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극 중 은재의 전남편인 교빈(변우민 분)과 친구의 남편을 빼앗은 애리(김서형 분)의 악행이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며 '욕을 먹고'있기 때문이다.
이 ‘욕 먹는 드라마’의 중심에 ‘욕 먹는 배우’ 김서형이 있다.
김서형은 ‘아내의 유혹’이 시작 전인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 “시청자들이 밥숟가락을 못 들 정도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바람이 불과 두 달 만에 현실이 됐다.
“시청률이 30%를 넘었다는데 안 믿겨진다. 기분이 묘하면서도 좋다. 사람들이 정말 욕하면서도 보는구나 싶었다."
사실, ‘아내의 유혹’의 높은 인기 뒤에는 극 중 애리 역의 김서형의 힘이 크다. 그녀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은, 한마디로 “얄미워 죽겠다”다. 그만큼 김서형은 이 드라마에서 호연 중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공을 작가(김순옥)와 연출자(오세강)에게 돌렸다.
“통속적으로 보이게 하는 작가의 능력과 그것을 그려내는 연출자의 연출 솜씨가 드라마 인기의 요인이라 생각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하나도 안 묻히고 다 보이는 것도 그렇고.”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김서형, 변우민, 장서희(왼쪽부터) <사진=SBS>
◆"지르고 나면 힘이 쫙 빠져.. 지난달에는 과로로 쓰러지기도"
그런데 시청자들의 ‘밥 숟가락을 붙든’ 이 여배우, 정작 자신은 밥숟가락을 들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두 달 새 많이 수척해졌다.
“지를 수 있는 대로 있는 힘껏 지르고 나면 진이 빠져 입맛이 없다. 감독님이 항상 애리 역이 어렵다며 어떻게든 먹으라고 말씀하시지만 잘 안 된다.”
악이 받쳐서일까. 지난 12월 28일에는 촬영을 위한 메이크업을 받다 졸도하는 일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이런 사실을 숨기려했다.
"그날 (12월 28일)촬영 끝나고 몸이 피고해서 병원 가서 링거를 맞고 왔다. 좀 견딜만해서 촬영에 나섰는데 메이크업 중 기절했다. 나도 몰랐는데 주변에서 흔들어서 눈 떠보니 쓰러졌다고 하더라. 그런데 다들 힘든데 나만 힘든 척한다고 할까봐 일부러 조용히 다시 촬영에 임했다."
◆"설마 내가 저 모습일까. 나도 내 모습에 놀란다."
김서형은 왜 이렇게 ‘애리’에 빠져들었을까.
"이제야 물을 만났다는 생각이다. 94년에 데뷔했지만 제대로 한 것은 2003년 이후 지금까지 5년 정도다. 30대 초반이 돼서야 제대로 일하는 셈이다. 매순간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게 완벽주의에 빠지게 하는 것 같다. 20대 못 느꼈던 것을 30대 들어와 느끼게 되면서 놓치면 안되니까 자신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그렇게 빠져든 애리는 만족스러울까. 일단은 자신도 놀랐단다. 스스로 제어를 해보려했지만 선배들의 응원에 쭉 가려한다.
“설마 내가 저 모습일까. 나도 내 모습에 놀란다. 나도 애리처럼 변하는 게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전에는 도회적인 여성, 이런 것만 하다 보니 감정을 누르면서 연기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소리를 지를 대로 지르며 터뜨리니까 시청자 호평이 나오는 것 같다. 극 중 아들 니오(장윤석 분)가 우는 장면에서 좀 순화시키려 하니까 윤미라 선배가 ‘더 못되게 해도 돼. 괜찮아’ 라고 했다.”
◆"욕하셔도 시청자에 감사..욕 많이 해주시고 재밌게 봐주시길 "
김서형은 '아내의 유혹'서 애리와 얽힌 은재(장서희 분)나 교빈(변우민 분)을 어떻게 볼까.
"사람 자체로 놓고 봐서 독한 걸로 치면 은재도 만만치 않다고 본다. 복수를 꿈꾸며 모든 것을 감춘 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니까. 교빈이는? 생각하면 좀 우습다. 어리숙한 것 같다. 애리에게 빠져 은재를 버렸다가 또 변한 은재를 몰라본 채 은재에게 빠지고(웃음)."
지난 11월 초 첫 방송한 '아내의 유혹'은 120부작 드라마다. 이제 3분의 1을 지난 셈이다. 보여 준 것보다 보여 줄 것이 많은 셈이다. 이 추세라면 시청률 40% 고지도 머지않아 보인다.
"40%? 그러면 좋겠지만 39%까지는 가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원 없이 질러보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한다. 사람들이 지금은 욕하지만 120부가 딱 끝나면 '이것은 정말 드라마였구나'하고 느끼실 것이다."
김서형은 시청자들에게 계속해서 '욕해 줄 것'(?)을 부탁했다.
"욕을 해주셔도 좋아해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 정치, 경제 등 밖에서 욕하고 싶은 일들이 많으실 텐데 드라마 보면서 욕 많이 해주시고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