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hale <사진제공=플럭서스 뮤직>
'하드보일드' 음반을 발표하고 두 번째 만난 w&whale은 좀 더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지난해 한 이동통신사 광고 음악으로 삽입된 'R.P.G 샤인'이 주목받으면서 최고의 신인으로 주목받은 그룹이지만 사실 W는 가요계에서 오랜 내공을 가진 선수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 이룬 성과는 이들에게 더욱 보람차다.
이제는 유명세를 실감할 것 같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들이 아니면 자신들의 인기를 몰랐을 것이라는 이들은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집 앞 편의점에 초췌한 모습으로 갔는데 아르바이트생이 알아보더라고요. 그 때 '아, 2008년에 좀 열심히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배영준)
"전 신승훈 선배님이랑 이승환 선배님 공연 게스트로 초청 받으면서 '좀 유명해졌구나' 했어요."(웨일)
"인터넷 UCC에 'R.P.G 샤인'을 부른 동영상이 올라오는 걸 보면 너무 신기해요."(김상훈)
바쁜 한 해를 보낸 이들은 사실 인기 체감보다는 함께 일 할 수 있다는 데에 더욱 기뻐하는 듯 했다.
"주위에서 어렵다고 난리지만 잘 몰랐어요. 회사 다니거나 자영업 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바쁘다고 하면 굉장히 부러워하더라고요. 지난 해 연말도 대구에 다녀오면서 고속도로에서 새해를 맞이했어요. 이렇게 좋은 멤버들과 함께 의미 있는 날을 함께 맞이한 건 행운이죠."(배영준)
일렉트로닉 음악에 기반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이 팀은 무대 위에서도 웨일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더미(머리 모형의 마네킹)를 쓰고 등장하는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았다. 그냥 시선을 끌기 위한 방법인 줄 알았더니 목소리를 전하는 보컬은 사람의 얼굴, 기계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다른 멤버들은 삭막한 느낌을 줘서 시각적인 쾌감을 주려고 했다는 깊은 뜻이 담겨져 있었다.
"다음 활동 때에도 더미나 또 다른 어떤 걸로 저희 얼굴은 가릴까 생각 중이에요. 하지만 공연 때만큼은 쓰고 싶지 않아요."(한재원)
지난해 연말 w&whale로서 연 첫 단독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이들은 공연 이야기가 나오자 앞다퉈 만족감을 표현했다.
"오랜만에 하는 공연인데다 웨일과 함께 하는 단독공연이었죠. 공연을 하면서 이 사람들과 음악을 하게 돼 너무 좋다는 걸 느꼈어요. 원래 보컬이던 상훈이가 이번 공연을 위해 드럼을 연습했죠.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노력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어요. 칭찬에 인색한 대표님도 '너네 공연 가능성 있더라, 또 하자'고 말해주셨어요."(배영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었어요. 연습 때 못 찾았던 '합'을 공연장에서 맞췄던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나고도 실수한 걸 되새기기보다는 저희 스스로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었던 공연이어서 좋았어요."(한재원)
w&whale <사진제공=플럭서스 뮤직>
이렇게 w&whale이 인기를 얻으면서 프론트우먼으로 나선 웨일의 부담감도 함께 커졌을 터. 하지만 웨일은 첫 번째 인터뷰할 때보다 몰라보게 성장해 있었다.
"음악 하나로만 승부를 보려고 하던 어린 마음을 버리고 버라이어티 같은 프로그램에서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받아들이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도 제 역할이니까 잘 소화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올해가 소띠 해인데 제가 소띠거든요. 긍지를 갖고 노래하고 있지만 올해는 더 큰 포부를 가져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웨일)
현재 새로운 리믹스 음반을 준비 중인 w&whale은 음반 작업 뿐 아니라 현대미술가들과 함께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진 독특한 콘셉트의 전시회도 계획 중이다. 'R.P.G 샤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부담감도 크지만 이들은 여유 있게 웃었다.
"w&whale로서는 두 번째 음반이 되는 거니까 소포모어 징크스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요. 하지만 의식하지 않고 즐겁게 하려고 작업하고 있죠. 'R.P.G 샤인'도 띄우려고 해서 뜬 음악이 아니니까요. 즐겁게 작업하면 그 마음이 듣는 분들에게도 전해질 거라고 생각해요."(배영준)
'R.P.G 샤인'으로 빛난 이들이 새해를 맞이한 소감은 어떨까.
"며칠 전 크레이프를 여러 장 쌓아서 만든 케이크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저도 앞에 놓여있는 일들을 크레이프처럼 한 장씩 잘 쌓아서 내년에도 또 이런 인터뷰를 할 때 정말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정성들여서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배영준)
"네 사람이 음악적으로, 또 인격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지난 해였어요. 올해는 더 재미있는 일도 많아질 것 같고 할 수 있는 일도 더 많아질 것 같아요."(김상훈)
"음악하는 사람들의 장점은 작업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는 거죠. 해가 바뀌었다고 실감하는 건 없어요. 그 덕분에 더 젊게 살 수 있는 걸지도 모르죠. 그냥 계속 똑같이 열심히 살면 되지 않을까요."(한재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으니까 올해는 좀 더 부담을 갖고 w&whale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 할 거에요. 이슈로 끝나는 팀이 아니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각오하고 있어요.(웨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