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박중훈쇼-대한민국 일요일밤' <사진출처=KBS>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주장을 펼치던 여야 3당 원내대표의 모습이 최근 주요뉴스를 장악했다.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상황, 소화기에 전기톱, 쇠사슬이 넘나드는 살벌한 현장의 중심에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 민주당 원혜영 의원,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있었다.
각각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상황 속 모습으로 익숙한 인물들. 그들이 새로운 무대에서 만났다. 시사 토론도 아니고 라디오 대담도 아닌 시사 이벤트 토크쇼 KBS 2TV '박중훈쇼-대한민국 일요일밤'이다.
9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박중훈쇼' 녹화가 진행됐다. '드디어 시사성을 찾는 건가' 기대가 모이는 한편 과연 제대로 된 진행이 가능할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던 3당 원내대표 편이다.
이날 박중훈은 최근 임시국회 상황을 "극한 대치와 폭력전쟁으로 물들게 한 1라운드"라고 표현했다. 3당 원내대표의 면전에서 "몸싸움, 소화기, 전기톱 등 협상과정이 국민들이 분노한다는 상황이 딱 맞는 상황이 됐다"며 "이 자리를 빌어 사과말씀부터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활짝 만면에 웃음을 띤 채 무대에 선 3당 원내대표와 MC 박중훈, 그러나 좋게 말하고 웃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견제는 계속됐다. 원내대표들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그런데 그건 한나라당 혹은 민주당이 먼저 했다"며 책임을 미뤘다.
뻔한 시사 프로그램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MC 박중훈이 말을 한 번 하기가 어려울 만큼 서로의 주장을 물고 늘어지는 상황이 전개됐다. 제작진이 한 쪽에서 빠른 진행을 유도하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 상황에 박중훈은 갑자기 권선택 원내대표에 "저와 악수 한 번 하시죠"라며 팔을 내뻗는 튀는 행동으로 맥을 끊었다. "중재하시느라 중간에서 힘드셨겠다"고 말을 하는 한편 원내대표들의 긴 대답을 "전 간단하게 물어봤다"고 자르는 등 이전과는 다른 과감함을 보였다.
'박중훈 쇼'의 정체성에 대한 의혹이 방송 초부터 줄곧 제기됐다. 시사냐 예능이냐,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함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제까지 '박중훈쇼'의 방송에서 두드러졌던 것은 화려한 연예인 게스트였다. 시사성이 과연 얼마나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박중훈쇼'는 아직은 초반이라고 하기엔 이미 4회, 어떻게 보면 길 수도 있다 싶은 적응기를 거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3당 원내대표 편을 통해 현장에서 본 '박중훈쇼'는 가능성을 가진 프로그램이었다. 서툰 모습은 있을지언정 대충은 없었다. 특히 녹화 전 직접 무대에 올라 방청객을 대하며 "영화에 있어서는 관객이 정말 중요하다. 이는 천 번 만 번을 얘기해도 틀리지 않는다"며 "공개 토크쇼는 여러분과 내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계신 여러분은 시청자이자 나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드는 분들"이라며 고개 숙여 부탁하던 박중훈의 열의가 눈길을 끌었다.
또 '박중훈쇼'는 3당 원내대표라는 게스트를 데리고 팽팽한 입씨름으로 정치적 입장을 듣는 것에서 더 나가 지갑을 통해 개인적인 매력을 살피고, 이들이 함께 어깨동무를 한 채 같은 노래를 열창하는 무대를 연출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3당 원내대표가 과거의 얘기를 통해 웃음 짓고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서로 지지 않으려고 웃는 얼굴로 목에는 핏대를 세운 채 팔씨름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박중훈은 클로징 멘트로 "정치도 즐겁게 할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까지의 '박중훈쇼' 방송 중 가장 시사성이 두드러지는 동시에 박중훈의 언변이 빛을 발했던 3당 원내대표 편, 희망을 발견한 것은 정치에 관한 것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