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OBS 사장ⓒ 이명근 기자
"2009년 예능 사자성어는 자리이타(自利利他)로 정하고 싶네요."
주철환 OBS 사장은 올해 예능을 대표할 수 있는 사자성어를 묻자, '자리이타'를 꼽았다. '자리이타'란 자신과 남을 위해 불도를 닦는 일이란 말로 9년 동안 무려 30억을 기부했다는 김장훈 같은 사람을 일컬을 수 있다.
주 사장은 "문근영이나 김장훈 같은 이에 대해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남을 이롭게 하면 결국 자기에게 이로울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 이 사자성어를 들었다"고 밝혔다.
"사자성어란 옛날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함축적으로 만들어졌다. 그 자체가 드라마로써 농축적인 의미 전달에 용이하고 재미까지 있으니 금상첨화다."
본인 스스로 '사자성어'를 애용한다고 고백한 주 사장은 최근 '주철환의 사자성어'라는 책까지 펴냈다. 이 책은 자신이 지난 17년 간 MBC 예능 PD로서 겪은 에피소드를 사자성어와 더불어 정리한 책이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에서 주 사장과 사자성어 토크를 나눠봤다.
괄목상대(刮目相對)
"제 처남인 손석희 씨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변하더라고요. 5년이 다르고 10년이 다르더니 지금은 괄목상대죠." 괄목상대란 학식이나 업적이 놀랄 만큼 진보했다는 뜻.
주 사장은 처남과 매부 지간인 손석희에 대해 "1980년대 중반 자정쯤 MBC '1분 뉴스'를 진행하던 젊은 아나운서가 지금은 MBC '100분 토론'의 진행자다"며 "100분이나 늘어났으니 100배면 성장률이 대단한 것 아닌가"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십벌지목(十伐之木)
"톱스타인 최진실 씨를 섭외하려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정말 매달리고 찾아가고 포기하지 않은 끝에 섭외할 수 있었죠." 십벌지목이란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로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여러 번 계속 끊임없이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뜻.
주 사장은 OBS 사장으로서 고 최진실과 마지막 방송을 함께 했다고 추억했다. 주 사장은 "우리 채널에서 '진실과 구라'라는 프로를 진행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달려들었다. 망설이다가 욕먹을 각오를 하고 최진실 씨를 만났는데 절대로 드라마 외에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가 김혜자 씨의 설득 덕분에 섭외에 성공했다"고 당시 뒷 배경을 전했다. 주 사장은 고 최진실과의 인연으로 '굿 바이 캔디'를 PD 저널에 기고하기도 했다.
주철환OBS 사장ⓒ 이명근 기자
호사다마(好事多魔)
"MBC '무한도전' 팀은 토요일 저녁을 접수하고 있죠. 해가 바뀌어도 거침없어 보이는 이들이 처음부터 인기 몰이를 했던 건 아니었어요." 호사다마란 좋은 일에는 방해가 되는 일이 많다라는 뜻.
주 사장은 '무한도전'이 성공하기 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김태호 PD는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재료의 특성을 잘 살리고 양념을 잘 활용하고, 불의 온도까지 감안해 일품요리를 만들어냈죠"라고 말했다.
타산지석(他山之石)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적어도 열 편 이상 시청하라고 권해요. 행복한 예비부부에게 무슨 소금 뿌릴 일 있느냐고 나무랄지 모르겠지만 얼핏 보면 2류 저질 프로 같지만 실은 엄청난 결혼 교육 프로그램이죠." 타산지석이란 다른 사람의 하찮은 언행일지라도 자신의 지덕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는 뜻.
주 사장은 "예전에 '이혼하려면 축의금을 반납하라'고 신문에 기고한 적이 있었어요. 돈을 돌려받자는 의도가 아니라 제발 결혼을 신중하게 하라는 것이죠. 그런 맥락에서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은 도움이 될 수 있죠. 방송사로서는 스타가 안 나와도 시청률이 담보되는 저예산 고효율의 효자 프로그램이기도 하고요."
대중 문화계의 영원한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주 사장과 사자성어 인터뷰를 마쳤다. 주 사장은 "왜 대중 문화계의 영원한 변호사가 되고 싶냐고? 검사는 너무 많거든.."이라는 의미 있는 말을 남기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말이 행동이 빠른 사회에서 한 번 곱씹어 볼 수 있는 '사자성어'를 애용하자는 주 사장의 생각을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