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 "연기 못한다는 말, 죽기보다 싫었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09.01.15 08:36


"다행이에요."

뜻밖의 대답이었다. MBC '에덴의 동쪽'(극본 나연숙·연출 김진만)에서 일취월장한 연기를 인상 깊게 봤다는 인사에 박해진은 쑥스러운 듯 조심스러워 했다. 독한 악역을 그려가겠다는 초반의 기대와는 인물이 많이 달라졌지만, 열심히 잘 해내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많이 힘들었어요. 제가 정말 잘 해서 그런 평가를 받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저 기대 이상이어서 좋게 봐 주신다는 생각을 해요."

본인의 겸손한 평가와 달리 '에덴의 동쪽' 신명훈 역을 맡은 박해진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홈페이지나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연기가 좋다", "박해진 캐릭터를 살려야 빛이 난다"는 평가까지 이어진다.


시청률도 따라 반응했다. 신명훈이 자신이 악덕 기업가 신태환(조민기 분)의 아들이 아니라 그를 원수로 아는 다른 집안의 아들이라는 기막힌 출생의 비밀을 알아챈 33회 34회를 기점으로 시청률이 급등, 30%를 훌쩍 넘어섰다. 명훈의 안타깝고도 처절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몸을 사리지 않은 자동차 스턴트가 압권이었다. 지난달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친 날, 대역도 하나 없이 신은정과 함께 자동차 추격신과 추돌 장면을 찍었다. 안전벨트 하나에 의지한 채 당시의 충격을 온 몸으로 견뎌내느라 아직까지도 허리 통증을 느낄 정도다.


"지금까지 제가 나온 분량을 모두 합쳐도 33회와 34회 만큼이 되지 않을 거예요. 촬영하는 동안, 갑자기 분량이 늘어난 그 2∼3주가 아주 힘들었죠. 특히 촬영 순서가 바뀌어서 감정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았어요. 괴로워하는 장면을 먼저 찍고, 비밀을 알게되는 장면을 나중에 찍었거든요."



박해진은 2006년 혜성처럼 등장한 젊은 기대주다. 2006년 KBS 2TV 일일극 '소문난 칠공주'에서 이태란을 좋아하는 연하남으로 누나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2007년 KBS 1TV 일일극 '하늘만큼 땅만큼'에서는 입양의 상처를 마음 속 깊이 지닌 청년 정무영으로 분했다.

누나들의 탄성과 '일등 사윗감'이라는 어머니들의 칭찬이 이어졌지만, 정작 그는 계속 가슴 한 구석이 무거웠다. 작품마다 터져 나왔던 '연기력 논란' 때문이다.

"'에덴의 동쪽'에 캐스팅하기까지, 쉽지가 않았어요. 10명 중 10명이 모두 제 출연을 반대했으니까요. 당시 김진만 감독님 외에는 아무도 저를 믿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못한다는 이야기를 안 들으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연기를 못한다는 말이 죽기보다 싫었어요."

실제 박해진은 진지한 노력파다. 지금껏 어떤 일이든 열심히 했고, 좋은 평가를 받곤 했다. 그러나 "열심히 해도 잘 안되는 일이 있다는 걸, 연기를 하면서 처음 깨달았다"고 그는 가만가만 회상했다. 죽을 것처럼 매달려 '에덴의 동쪽'을 하다 보니 "그간 많이 늙은 것 같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섞어가면서.

그러나 오랜 노력은 결국 빛을 보는 걸까. 드라마 초반만 해도 반신반의하던 그를 둘러싼 시각은 중반을 넘어서며 완전히 바뀌었다. 아쉬움은 칭찬으로 바뀌었고 우려는 기대가 됐다. 박해진은 그 모든 공을 선배 조민기와 김진만 PD에게 돌렸다. 조민기는 가감 없는 조언을 건네고, 김진만 PD는 배우의 감정선을 계속 건드려서 증폭시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민기 형이 없었으면 아마 못 해냈을 거예요. 같이 연기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까 제가 많은 도움을 받았죠. 제가 놓치는 부분까지 더 잘 파악하셔서 가르쳐주곤 하세요. 칭찬만 하시는 것도 아니에요. '그 따위로 할 거면 하지 마' 이런 얘기도 듣곤 했죠. 그럴 때마다 정신을 다시 바짝 차리곤 했어요."

오랜 기다림으로 지난해의 반을, '에덴의 동쪽' 촬영으로 나머지 반을 보낸 박해진은 대단원을 향해 가는 '에덴의 동쪽'과 함께 올해 또 다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차기작은 "대표님이 결정을 하셔야 안다"며 웃는 그의 얼굴에서 자신을 극까지 내몰았던 이의 여유와 자신감이 함께 읽힌다. 박해진은 지금보다 다음이, 그 다음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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