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민아 ⓒ홍봉진 기자 honggga@
배우 신민아가 반짝반짝 빛난다. 다음달 5일 개봉을 앞둔 영화 '키친'(감독 홍지영·제작 수필름)에서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비밀스러운 로맨스를 그린 이 영화에서 신민아는 어린 시절부터 남매처럼 함께해 온 남편 상인(김태우 분)과 갑작스레 다가온 연하의 남자 두레(주지훈 분)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주인공 모래 역을 맡았다.
첫 유부녀 연기, 첫 애정신, 깜짝 노출…. 신민아의 사랑스런 모습이 가득 담긴 '키친'은 그녀의 첫 도전들로 일단 눈길을 끈다. 그러나 더 돋보이는 것은 남자들만이 가득한 영화의 '꽃' 같은 역할을 도맡았던 신민아가 드디어 당당한 극의 중심에서 주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의미심장한 첫 도전에서 신민아는 자신의 몫을 해냈다. 그 자신감과 기대 탓일까? 스크린 밖에서 만난 그녀의 눈이 유난히 반짝였다.
-계속 곁에 있었던 익숙한 사랑과 갑작스레 다가온 새로운 사랑. 모래가 아니라 신민아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라면 익숙한 사랑이다. 새로운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곧 익숙해 질 거니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모래는 특별한 경우였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상인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낯선 감정에 '이것도 사랑이구나' 느낀 거니까. 물론 저도 장담은 못한다. 겪어 봐야 아는 거니까.
-의외의 답이다. 작품 선택하는 것을 보면 모험심이 느껴지곤 하는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 특히 일에서는. 보여지는 직업이다보니 늘 새로운 걸 보여드려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반면 일단 호기심이 생긴 건 끝까지 파고 드는 편이고, 의외로 굉장히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친한 사람이라든지 익숙한 건 끝까지 갖고 간다. 좋아하는 음식도 물릴 때까지 먹는다.
배우 신민아 ⓒ홍봉진 기자 honggga@
-처음부터 신민아를 염두에 두고 쓴 시나리오인가? 극중 모래와 신민아의 모습이 잘 어울린다.
▶시나리오는 마지막으로 주신 것 같다. 하겠다고 하자마자 캐스팅됐다.(웃음) '주인이 따로 있었구나' 생각했지만 상관없다. 영화도, 촬영 과정도 만족스러웠으니까. 1∼2주 연습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집중해 찍으면서 모래가 점점 저한테 맞춰진 면이 있을것 같다. 저도 그 안에 깊이 들어가려 했다. 나는 나와 모래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주변 분들은 제 모습 같다고 하더라.
-남자들이 주가 된 영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여자 역을 주로 맡았다. '키친'은 여주인공이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기존 역할과 대비된다.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여자 감독님도, 사랑 영화라는 점도. 감정이 쿨하게 흘러가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감독님과의 작업은 동성끼리 나누는 미묘한 교류가 느껴졌다. 남자 감독님들도 직접 각본을 쓰는 경우에는 남자 주인공이 감독님과 완전히 다르거나, 비슷하거나 뭔가 투영되는 게 있다. 여자 감독님도 마찬가지더라. 현장에 '모래'가 두 명 있다고 그랬었다.
사랑이라는 게 어쩌면 막연한 감정이지 않나. 그런 고민을 담은 영화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예전에는 사랑이라고 하면 포근하게만 생각했는데, 저 역시 뭔가 막연한 고민을 할 시기에 '키친'을 만난 것 같다. 제 고민과 생각이 이 영화와 잘 맞물렸다. 그래서 더 즐기면서 찍었고, 내 미묘한 감정들이 담긴 것 같다.
-작품마다 점점 예뻐진다. 사랑하면 예뻐진다는데 혹시?
▶좋을 때, 예쁠 때란 얘기를 듣는다. 남자친구는 없다. 영화와 사랑중? 아니면 영화와 결혼 준비중이라고나 할까.(웃음)
-영화를 보고 나면 '아내가 결혼했다'를 떠올리는 남자들이 많을 것 같다. 사람들이 '신민아니까 참는다' 이러는데, 그런 얘기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
▶좋아요.(웃음)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지는 못했지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 영화가 감정에 당당했다면 모래는 서툴면서 미안해하고, 또 어른스러운 점이 있지 않나.
배우 신민아 ⓒ홍봉진 기자 honggga@
-첫 유부녀 연기, 첫 베드신이 인상적이다. 정확히 베드신은 아니고 벽신이랄까? 간이 벽 사이에서 벌어지는 주지훈과의 애정신이 꽤 농밀했다.
▶유부녀 연기가 처음이라 꽤 준비를 했다. 전형적인 유부녀였으면 너무 빠른 게 아닌가 싶어 꺼렸을 테지만 많이 달랐다. 특히 김태우씨와의 부부 연기는 손길 하나에서부터 부부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일부러 촬영 시작할 때와 끝날 때 한 번씩 포옹을 하면서 더 거리감을 좁히려고 했다.
그리고 베드신이나 벽신 보다는 창고신이 맞지 않을까. 어려웠다. 너무 사랑해서 하는 정사신이었다면 쉬웠을 텐데 갑작스럽게, 하지만 자연스럽게 하는 게 어려웠다. 부담도 되고 고민도 됐지만 고민 없는 척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다. 긴장하면 또 부담이 되고 하니까. 감독님께서 별 거 아니고 그냥 슥 지나간다고 하셨었는데 실제 영화를 보면서는 저도 '어머' 그랬다. 과한 노출이 아니더라도 키스 직전의 야릇한 느낌 같은 게 있어서 더 야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지훈과는 스캔들도 났다. '마왕' 이후 두 사람이 잘 됐으면 하는 시각이 있나보다.
▶사실 별로 안 친하다.(웃음) 둘 다 살갑지가 못해서, 같이 있으면 어색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다정하지도 않다. '마왕' 땐 거의 대화를 하지 못했고, 이 작품에서는 친해지려고 노력을 했다. 끝나고 나니 또 그냥 그냥….
-극중 '모래'가 거울을 보면서 감탄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엉뚱하고도 신민아답게 보인다고 할까.
▶그 장면은 모래가 숨은 매력을 보일 수 있는 유일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본인이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능청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저와 모래가 비슷하다. 나도 거울을 보면서 내 칭찬을 종종 한다. 가장 스스로 감탄하는 부분은? 다리다.(웃음)
-정말 열심히 쉼없이 작품을 찍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흥행 욕심도 날 때다.
▶매번 치쳐서 쉬어야지 하다고 또 하게 된다. 예전에 누가 그랬다. 이 일은 할 때는 그만두고 싶은데, 그만 두면 또 하고 싶다고. 나도 지치고 상처를 받고 하다가 그새 또 까먹고 새 일을 한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만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흥행도 잘 됐으면 좋겠다. 저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애교있게 보인다는 분도 있고, 새침하고 냉정할 것 같다는 분도 있고. 영화 '치킨'도 보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것 같다. 그런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을 만큼 많은 분들이 보시고 저마다 평가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