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연예 입시전쟁 현장, 포지션부터 정하라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2009.01.23 11:34
연예 관련학과의 치열한 입시 경쟁률은 올해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번 주를 끝으로 거의 모든 연예 관련학과의 실기고사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필자는 지난 주 동아방송예술대학 방송연예과의 실기고사 심사위원으로 이틀간 참석했다. 이 학과의 정원은 60명. 9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었을 만큼 미래의 연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대거 몰렸다. 또, 이 대학의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은 150대 1의 경쟁률을 선보였다. 타 대학의 경쟁률도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하니, 쉽게 입시 열기를 가늠케 한다. 특히 실용 음악 보컬 전공의 경우는 대부분의 학교가 100대 1을 상회하는 경쟁률로 입시생과 학부모를 비롯해 대학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지난 2005년 이후부터 지속되어 온 현상이었다. 그만큼 인기 스타를 꿈꾸는 젊은 세대들의 사고방식이 입시 현장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연예 관련학과 입시 현장에서 느낀 수험생들의 생각을 좀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는 일종의 책임감으로 조심스럽게 몇가지 충고를 전한다.


*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정확한 포지션을 정하고 실천하라.

수험생의 대부분이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천편일률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어떤 분야든 열심히 하겠다는 자세는 필요한 덕목이지만 어떻게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와는 명확히 분간해야 한다. 요컨대, 그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은 행운아는 결코 행운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학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을 뿐이다. 앞으로 찾아올 수많은 기회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현실에 직면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연예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지난 17일 배우 김석균(31)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의 이면에는 오랜 무명 생활에 우울증에 시달려왔고 그러한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한 채 자살을 선택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결국 열심히 한다고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을 통해 가능성을 평가받았지만, 결국 인기 스타로 올라설 수 없는 현실도 우리는 많이 보아왔던 만큼 예측 불가능한 지역이 바로 연예 현장의 생리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그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자신의 정확한 포지션을 정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가령, 자신의 외모와 개성, 그리고 기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 개발하고 그것에 적절히 부합하는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인기를 얻는 일은 자신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구의 흉내를 내는 앵무새가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끄집어낼 때 비로소 주목받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결국 기회를 극대화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반드시 연예관련학과에 진학해야 인기스타가 될 수 있다는 편견을 버려라


현역 배우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송옥숙 교수는 '일반 대학에 진학해서 연극동아리를 통해 좋은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데 왜 이 학과를 선택했는가'하고 질문을 던졌다. 이 대목은 그야말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드시 연예 관련학과에 진학해야만 한다는 강박 관념은 버릴 필요가 있다. 물론, 관련 학과에 진학하게 되면 진로에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이 치열한 창작과 예술혼을 발휘하는데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우리에게 국민배우로 각인된 안성기는 연예 관련학과와 무관한 어문계열 전공이고, 강동원은 이공계열 출신이다. 더군다나 정우성, 서태지는 고등학교를 중퇴했지만 국민적 스타로 군림했다. 이밖에도 상당수에 이르는 연기자와 가수들이 연예관련학과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현실은 주지해야 할 사실이다.

* 대학 입시에 짓눌린 자유로운 예술적 끼, 교육적 제도 보완 필요하다.

80년대 초반에는 실용음악이라는 단어조차 없었던 시대였다. 이 학과가 개설된 지 20년이 넘었고 수많은 인재들이 배출되었다. 물론, 연극 영화과가 생긴 지도 수십년이 지났고 관련 학과는 더욱 세분되어 세포분열을 하고 있다. 한해 수만명에 이르는 연예 관련 학과 입시생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연예관련학과 진학을 꿈꾸는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학교 교육에 기댈 수 없는 사각지대에 존재한다. 결국 연기, 실용음악 입시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실기고사에서도 다수의 유능한 재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유로운 발상과 젊은 창의력의 분출이 끝없이 팽창할 수 있도록 오롯이 담아낼 사회적 기능과 교육 제도는 과연 우리 앞에 존재하고 있는가? 젊음을 담보하고 자기와의 처절한 싸움으로 이룩한 노력의 시간들이 제대로 꿈을 펴지도 못하고 잦아든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큰 손실이다.

교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획일적 교육 현실은 그들을 바라보는 필자보다 그들 스스로 더 비통하게 체감할 것이다. 소수자를 위한 교육이 온전히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가교를 마련하는 일은 우리의 당면 과제다.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사회지도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바람은 늘 한결같았다.

(강태규 /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쿨투라'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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