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작전' '인터내셔널'
경제 위기 여파 때문인가?
금융 소재 영화가 잇따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영화계가 떠들썩하다. 증권가 작전세력을 다룬 영화 '작전'에 이어 은행의 음모와 비리를 다룬 외화 '인터내셔널'이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지난 21일과 22일 연이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
두 영화는 등급위원회로부터 대사 및 주제에 있어 청소년에 유해한 내용이 포함됐으며 모방 범죄의 위험 등을 이유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에 해당 영화 관계자들이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작전' 제작사 비단길은 "영화 한 편을 보고 청소년이 모방 범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작전명 발키리'를 보고 국가 전복을 꾀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마약과 불륜이 15세 등급을 받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심의 기준"이라고 반박했다. 비단길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과 관련해 행정소송도 준비 중이다.
'인터내셔널' 측 역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지금 금융가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간과했던 금융계 비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이야기가 왜 청소년에 유해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두 영화에 대한 영등위의 결정이 이처럼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은 최근 등급을 받은 다른 영화와의 형평성 때문이다. 앞서 영등위는 2월에 개봉하는 영화 중 마약을 소재로 한 '마린보이'와 불륜이 담겨 있는 '키친'에 15세 관람가 판정을 내렸다.
영등위가 최근 특정 장면이나 소재에 국한하기보다 전체적인 맥락에 따라 등급 판정을 내리고 있어 '작전'과 '인터내셔널'의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은 한층 이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영등위는 지난해 조폭과의 싸움을 그린 '강철중'과 동성애 코드가 담겨있는 '앤티크'에 15세 관람가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영등위가 현 경제 위기에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집단정사와 동성애로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은 '숏버스'가 영등위를 상대로 낸 등급보류 결정 취소 청구소성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것 또한 영등위의 거취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영등위 측은 "경제 위기를 고려한 것은 아니며 특정 대사와 줄거리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특정 영화와 비교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작전' 측이 행정소송을 실제로 진행할 경우 영등위의 판정 문제는 한층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등급결정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표현과 창작의 자유에 대한 침해 뿐 아니라 한국영화산업에 퇴행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명확한 심의 기준이 재정립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