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빈익빈 부익부 현상, 그 불균형의 전망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  2009.01.30 16:35


가요계 전체 시장은 여전히 불황의 연속입니다. 가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불황은 뼛속 깊이 체감할 만큼 그 무게감이 육중합니다. 밖에서 듣는 음악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현실을 체감하기는 힘들겠죠. 그러나 불황속에서도 활황을 누리고 있는 가수들과 가요 기획사들은 존재합니다. 그런데 그 활황의 중심을 들여다보면 일관된 공통점이 발견되지요. '음악적'이라기보다는 '트렌드'와 '비주얼'이 존재합니다. 요즘의 음악 소비 패턴을 그대로 반영하는 대목입니다.


해마다 주류 가요계는 특정한 트렌드가 존재했습니다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유행은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은 채 장기집권을 해오고 있다는 겁니다. 몇개월이 지나면 완벽히 소진되어 기억에서도 지워질 만큼 꽃을 피웠다가 영원히 져버리는 현상을 고수해 오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몇 해 동안 가요계의 결과물을 놓고 볼까요?


기획사별로 보자면, SM엔터테인먼트의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JYP엔터테인먼트의 '원더걸스' '2PM', DSP미디어의 'ss501' '카라'는 가요계 중심에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가수들입니다. 이밖에도 쥬얼리 등이 맹활약을 했습니다.

10년 전부터 전통적으로 진화된 기획형 가수들의 조합을 양산해 왔습니다. 10대 가요 문화를 전략 기지화하면서 수치적으로나 영향력으로나 사실상 가요 문화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미있는 점은 출발선상에서 솔로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모두 그룹으로 출발해 헤쳐모이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해체되어 활동하던 모이던 형태만 다를 뿐, 음악은 모두 천편일률의 색깔입니다. 당연히 특정 작곡가들의 작품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죠. 또, 히트 그룹 탄생되면 그 부의 창출은 또다른 아이돌 그룹의 탄생으로 이어져 그 명맥을 확고부동하게 이어오고 있다는 겁니다.


이와는 전혀 다른 가요 집단이 있습니다.

기획사로 보자면, 플럭서스뮤직의 '클래지콰이' '이승열' 'W&whale' '러브홀릭스', 뮤직팜의 '이적' '김동률', 안테나뮤직의 '유희열' '정재형'은 모두 싱어송라이터들입니다. 이밖에도 '브라운아이즈' '서태지' '넬' 등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음악적 철학이 일관되게 펼쳐지는 아티스트 군단들로 이들이 가요계를 수치적으로 점령하고 있지는 않지만 음악팬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거의 모든 뮤지션들이 30대들이라는 점입니다. 왜 10, 20대들은 찾아보기 힘든걸까? 하는 의문이 솟구치는 대목입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음반을 발표하는 것도 아닙니다. 때가 되면 나오겠지라고 본다면 정답일 겁니다. 더욱 요상한 것은, 지난해 'W&whale'(사진)의 히트곡 'R.P.G. Shine'은 천문학적인 광고의 음악에 삽입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결코 아이돌그룹의 아성을 넘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W&whale'은 그것을 결코 애석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더 재미있는 대목일 겁니다.


우리나라 가요계가 이들로 양분되어 있는 것만은 결코 아닙니다. 물론이지요, 트로트에서부터 발라드, 재즈, 언더그라운드 밴드를 비롯 열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음악을 발표하고 부를 창출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또다른 음악적 변화와 진화를 예고하는 겁니다. 음악팬들이 제공한 자양분은 해당 뮤지션에게는 다음 음반에 대한 진정성과 기대감으로 제공되어지는 것입니다. 결국 팬들이 만들어준 흥행은 가수에게 또다른 성장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또, 그 흥행이 기대 이상일 때, 가수의 소속사는 또 다른 가수를 개발하는 비용으로 재투자를 하게 됩니다. 결국 음악팬들이 보낸 환호는 가요계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지난 10년간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탄생된 것은 음악팬들의 환호가 계속되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그러나, 그 기간 동안 우리는 동시대를 이끌어갈 젊은 싱어송라이터 뮤지션들의 탄생을 결코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투자'의 부재였습니다. 화려한 비주얼과 트렌드에 목을 멘 미디어의 함몰적 태도는 음악수용자들에게 '음악적 다양성'을 포기하게 만든 결과물인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주류 음악 시장에서 바통을 이어받는 고리가 단절된 지 너무 오래되어 버린 것은 애석한 일입니다.

아이돌 그룹이 진화하고 새로운 패션이 우리의 눈앞을 수차례 지나갔습니다. 그 동안 새로운 음악이라는 화두로 대중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신인 뮤지션들이 탄생되지 않는 우리 가요계는 '투자'의 부재 앞에 놓여 있습니다. 가요기획사와 미디어의 책임도 엄연하지만, 그 부재의 중심에 음악팬들의 관심도 존재합니다. 올해 가요계는 이러한 염려들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강태규 /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쿨투라'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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