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싶은 여자라는 거, 내심 기분 좋은데요."
동글동글한 눈과 얼굴, 하얗고 고운 피부. 탤런트 이유리가 밝은 웃음을 짓는다. 중반을 넘기겨 서서히 피치를 올리고 있는 MBC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마'의 히로인인 그녀는 현재 임신한 옛 약혼녀에, 갑자기 나타난 아들까지 딸린 한 남자와 힘겨운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여성스럽고도 헌신적인 그녀의 모습에 반한 팬들이 늘어가면서 인터넷에 '어떻게 하면 이유리와 결혼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까지 올라올 정도다.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유리는 "그런 관심 솔직히 흐뭇하다"고 털어놨다.
이유리는 이번 작품에서 영민 역 이정진과 현우 역 이상윤의 사랑을 동시에 받고 있는 '행복한' 여자 미수 역을 맡아 열연중이다. 그러나 영민과 미수의 사랑이 뜨거운 탓에 그녀의 눈에는 "이정진만 보일" 정도다. 극중에서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려운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두 사람은 실제로 "드라마를 위해서 그냥 사귀어버리자"고 장난을 칠 만큼 막역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80회에서 전환을 맞는다며 "80회까지만 사귀자"고 이야기를 나눌 정도다.
"극중 미수를 보면, 현실적으로는 말리고 싶어요. 제 친구라면 좀 편하게 살자고 그만두라고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랑에는 조건이 없잖아요. 큐피트의 화살에 쏘이면 보이는 게 없다는 데,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봐요. 수미가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혼한 뒤 사랑하는 영민이 잊히지 않는다면 그게 더 불행할 수 있잖아요. 조금만 더 견뎌서 이긴다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실제 이유리는 극중 미수와 조금 다르다. 그는 자신이 주위 사람이 반대하는 사랑을 하는 상황에 닥친다면 "부모님의 말씀을 들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계속 설득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어른들 말씀은 항상 맞지 않냐"는 게 그녀의 이유다. 결혼 역시 일찍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가능하면 늦게 결혼을 하고 싶단다.
그러나 그녀의 그런 바람과는 별개로 이유리는 참한 신붓감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SBS '사랑과 야망' 이후 KBS '엄마가 뿔났다', '사랑해 울지마' 등을 거치며 속 깊은 여인의 모습을 연이어 그려온 탓이다.
"천사 표 이미지요? 지금은 그런 모습의 작품을 하고 있는 만큼 그런 평가가 좋아요. 사실 옛날에는 강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어요. 깍쟁이며 불여우며. 하지만 '사랑과 야망' 이후 이미지가 변했나 봐요. 물론 지금도 좋지만 앞으로도 악역과 선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유리는 앞으로 한동안 '사랑해 울지마'의 미수에 푹 빠져 지낼 예정이다. 아역 시절부터 오랫동안 연기를 해 왔지만 본격적인 멜로에 출연해 사랑의 감정을 그리는 것이 처음이라는 이유리에게 미수는 주7일 촬영에 머리채를 잡히고 뺨을 맞는 험한 장면을 소화하는 과정 속에서도 행복을 선사하는 캐릭터다. 그녀는 "이제야 제대로 된 사랑, 깊이 있는 사랑을 해 가는 것 같다"며 "아프고 힘들지만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