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눈물' '워낭소리, 왜 지금 명품 다큐인가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2009.02.02 15:57
\'워낭소리\' \'북극의 눈물\'(아래) <사진출처=영화스틸> '워낭소리' '북극의 눈물'(아래) <사진출처=영화스틸>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명품 다큐멘터리 열풍이 거세다. 지난해 MBC '북극의 눈물' EBS '한반도의 공룡', KBS '차마고도' 등 TV 다큐멘터리가 큰 화제를 모은데 이어 최근 극장가에서는 '워낭소리'가 소리없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워낭소리'는 지난 1월15일 개봉한 이래 전국 관객 8만명을 넘어서면서 전국 30여 스크린에서 40여개로 확대될 전망이다. 평생을 소와 동무 삼아 살아온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의 이야기가 관객을 웃고 울리고 있는 것.

'워낭소리'는 첫 주 전국 7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뒤 입소문을 타면서 21개관으로 늘어났으며, 다시 11개 스크린이 추가되는 등 관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독립영화계쪽에서는 '워낭소리'가 독립영화 최대 흥행작인 '원스'(22만명)를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워낭소리'는 그동안 단관 개봉했다가 관객들의 응원으로 화제를 모은 다큐멘터리 '송환' '우리학교' '영매' 등보다 더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던 다큐멘터리가 지금 왜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을까?


거짓 리얼리티가 판치는 요즘, 다큐멘터리가 전하는 리얼리티야 말로 진실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TV에 온통 '리얼'이 판치는 요즘, 다큐멘터리가 전하는 리얼리티야 말로 진실일 것이라는 믿음을 대중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 독립 영화 제작사 대표는 "'패밀리가 떴다'나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TV 속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거짓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렇기에 다큐멘터리가 전하는 리얼이 더 큰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인기를 끈 다큐멘터리가 상업영화처럼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것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우리학교'나 '북극의 눈물' 등 많은 사랑을 받은 다큐멘터리 속에는 상업영화처럼 웃음이 있고 눈물이 있다. 사실이라는 전제가 깔렸기에 감동은 더한다. '워낭소리' 역시 마찬가지.


'워낭소리'를 배급한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는 "다큐멘터리지만 상업영화 같은 요소가 담겨 있어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다큐멘터리의 성공은 다큐멘터리는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물론 그렇다보니 다큐멘터리가 자칫 선정적으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다큐멘터리 제작 환경이 척박한 국내에서 이들의 흥행은 불모지에 핀 한송이 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사회가 각박해진 것도 다큐멘터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코미디 영화가 잘된다는 속설이 있는 것처럼 극장에서 사람들이 웃고 울수 있는 작품을 택한다는 것이다. '과속스캔들'의 흥행처럼 '워낭소리'를 찾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는 것이다.

더구나 다큐멘터리는 진실처럼 포장된 감동을 전하기에 대중이 감정 이입을 시키기에 한층 유효하다. 다큐멘터리가 추억을 환기하고 모른 척 외면하는 일상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지적인 만족도 준다.

곽용수 대표는 "'워낭소리'를 보고 누구는 할아버지에 누구는 소에 감정을 이입한다. 할머니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작품이 주는 따뜻한 요소에 저마다 감정이입을 달리하면서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는 환경이 열악하며, 방송사에서도 들인 품에 비해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지 못하는 한국 다큐멘터리 현실에 최근 명품 다큐 붐은 사뭇 고무적이다. 케이블에서 판치는 유사 다큐에 질린 대중이 보다 진실하고 명징한 감동을 주는 작품을 찾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워낭소리'가 '원스'의 기록을 깨고, 그 덕으로 좋은 다큐멘터리와 독립영화가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늘어날 수 있을지,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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