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영자 비극 전철 안된다

정진우 기자  |  2009.02.04 12:00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그냥 놔두실 수 없나요?"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관객 10만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의 주인공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일부 언론과 관객들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


영화가 인기를 끌자 일부 언론과 관객들이 시도 때도 없이 이들의 집을 방문, 이들의 일상생활이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 이에 영화 제작진이 지난 3일 긴급 호소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제작진은 이 영화의 공식 사이트인 '워낭소리 블로그(http://blog.naver.com/warnangsori)'에 '(워낭소리) 언론과 관객들에게 드리는 긴급 호소문' 이라는 글을 올렸다.


제작진은 이 글을 통해 "정말 할아버지 할머니를 영화 속의 할아버지, 할머니로 놔두실 수 없나?"며 "아무런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와 할아버지 사진을 찍고, 막무가내로 집안에 쳐들어와 무턱대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언론들에게 호소를 해왔고, 많은 언론들이 스스로 취재 보도를 철회해 줬다"면서도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정말 막무가내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또 "언론이건 관객이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분들의 일상이 깨진다면 큰 문제다"며 "정말 간곡히 호소하는데 이들의 일상이 훼손되는 것만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영화를 내일 당장 상영중지 했으면 했지 이들의 일상이 어긋나는 것은 정말 못 보겠다"고 글을 맺었다.

이처럼 일반인이 영화나 방송에 출연, 유명세를 탄 이후 언론과 대중의 집요한 관심으로 피해를 입었던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KBS2TV '인간극장'에 출연했던 산골소녀 영자도 방송 출연이후 CF모델이 되는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관심은 아버지를 여의는 불행으로 이어졌다. 방송 이후 집에 돈을 노린 강도가 들어 영자의 아버지를 살해된 것. 후에 영자는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스님이 됐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2005년)한 '서울대-카이스트 출신 부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명문대 출신 부부로 전북 무주 산골에 집을 짓고 사는 소박한 모습이 방영, 큰 화제가 됐다. 이들도 방송이 나간 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됐고, 끊임없는 취재요청과 대중의 관심으로 평온했던 일상이 사라졌다. 결국 이들은 제주도로 떠났다.

영화 '워낭소리' 제작진의 호소문처럼 앞으로 언론과 관객들의 배려가 없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분명 삶의 터전을 버려야 할 지 모를 일이다.

영화사 관계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할아버지에게 장난 전화가 오기도 하고, 무턱대고 찾아와 취재요청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매우 불편해 한다"며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서 앞으로 이분들에게 어떠한 불편도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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