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작가 ⓒ홍봉진 기자 honggga@
박철수 감독 "김수현 작가에게 너무 많은 변화 요구할 필요 없다"
이금주 작가 "김수현 작가의 위치에서만 쓸 수 있는 이야기 해주길"
김상중 "시대와 호흡 하고 일맥상통"
1968년 MBC 개국 7주년 라디오 연속극 공모상에서 '그 해 겨울의 우화'라는 작품에 당선되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한 김수현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대담이 열렸다. '김수현을 말한다'는 제목으로 열린 이 대담에는 '내 남자의 여자'에 출연했던 배우 김상중과 김수현 작가의 마지막 시나리오 '어미'를 연출한 박철수 감독, 김수현 작가 원작의 '겨울새'를 각색한 이금주 작가, 드라마 평론가로 활동 중인 윤석진 교수가 참석했다.
김수현 작가와 관련된 네 사람은 서로가 생각하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고 심도 깊게 나눴다.
이날 네 사람은 김수현 작가 작품의 특징인 대가족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윤석진 교수는 "1인 가족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가족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의제설정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고 이금주 작가는 "대가족 속의 배려나 예의, 장점을 그려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주인공이 따로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가 잘 살아있다는 특징과 김수현식 대사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김상중은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는 특히 대사가 많은 사람을 일컬어 '오늘은 누가 계탔냐'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모든 인물이 살아있고 설득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박철수 감독은 "조역과 단역에 대한 배려가 빛난다"며 "인물에 대한 분석이 정말 뛰어난 작가"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준 교수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수단이면서 관계를 밀도 있게 만들어주는 게 김수현 작가의 대사"라며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는 말 못하는 인물이 없다'고까지 말하지만 그 인물의 성격에 적합한 대사를 배분해주는 힘이 탁월한 게 아니겠는가"라고 평가했다.
이금주 작가는 "드라마 '청춘의 덫'에서 '부셔버릴 거야'라는 대사는 창작행위 중 좀 더 적확한 표현을 골라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김수현만의 화법, 어법, 드라마의 색깔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건 타고난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김상중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말해야 하기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의 대본에 대해 "'아'냐 '어'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정말 대본 그대로 대사를 해야한다"며 "김수현 작가는 배우의 왼쪽 모습과 오른쪽 모습 중 어느 쪽이 더 나은지까지 관찰해 대본에 반영하는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김상중은 "김수현 작가는 시대와 호흡을 하고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고 김수현 작가를 극찬했다. '목욕탕집 남자들'로 김수현 작가와 인연을 맺은 김상중은 "카메오로 출연하는 줄 알고 갔더니 대사가 3, 4장이 넘어 가더라. 김수현 작가는 그렇게 작은 역도 소홀히 하지 않는 분"이라며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전했다.
박철수 감독 역시 "김수현에게는 작위가 없다"며 "김수현은 자신의 삶의 궤적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있는 그대로를 쓰는 작가다. 김수현에게 너무 많은 변화를 요구할 필요도 없이 잘 따라가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들은 앞으로 김수현 작가가 후배 작가들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다뤄주는 작품을 쓰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금주 작가는 "'부모님 전상서'를 보면 자폐아와 그 가족들이 나온다. 후배 작가들이었다면 무겁다는 이유로 방송사에서 거절당했을 것"이라며 "김수현 작가의 위치에서만 쓸 수 있는 이야기였고 깊게 다룰 수 있었던 주제다. 앞으로도 그런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측은 김수현 작가의 영화데뷔 40주년을 기념해 '김수현 영화데뷔 40주년 특별전'을 마련했다. 시네마테크 측은 지난 3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서울 상암에 위치한 영화 '청춘의 덫'을 비롯해 영화 24편과 '사랑과 진실' 등 1980년대 TV드라마 3편을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