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막장 악녀'가 없는 이유는?

김건우 기자  |  2009.02.16 11:35
\'아내의 유혹\' \'친절한 금자씨\'(오른쪽) <사진출처=스틸> '아내의 유혹' '친절한 금자씨'(오른쪽) <사진출처=스틸>


그야말로 '악녀' 전성시대다.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 시청률 40%에 이르면서 악녀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서도 악녀 캐릭터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스크린에서 악녀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영화에서 '친절한 금자씨' '싸움' 등에서 막장 악녀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드라마의 캐릭터와 비교했을 때 수위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우선 스크린에서 악녀를 만나기 힘든 것은 여성 캐릭터 중심 영화의 부재로 꼽힌다. 한국영화는 비교적 여성과 남성 캐릭터의 비중이 비슷한 편이다. 관객몰이를 하기 위해 스타 한 명에게 의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2007년 개봉한 '싸움'도 설경구 김태희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단순히 복수를 하는 악녀 캐릭터라기보다 귀여운 악녀의 모습을 보여줬다. 사랑하지만 싸울 수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에 관객들은 낮은 점수를 주었다. 웃음과 막장 두 가지 코드 안에서 어느 것도 제대로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친절한 금자씨'의 경우 박찬욱 감독 영화제 수상과 이영애의 스크린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국영화의 악녀 영화가 없는 이유로 꼽히는 것은 장르적 한계도 꼽힌다. 한국영화는 복합장르보다는 한 가지 장르를 선호한다. 물론 다양한 장르를 섞을 경우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코믹, 스릴러 장르 등 특정 장르로 관객들에게 확실히 다가가겠다는 의도가 크다.

또 소재의 한계도 이유 중 하나다. 한국영화는 스릴러의 경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에 연쇄살인범이 여자인 경우는 많이 없었다. 2008년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추격자'도 연쇄살인범과 전직 형사인 포주 두 남자 배우의 활약이 주목을 받았다.

마지막 이유는 등급 문제다. '아내의 유혹'이 극장판으로 제작될 경우 과연 어떤 등급을 받을까? TV에서 '아내의 유혹'은 15세 관람가다. 그렇지만 영화로 제작될 경우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을 확률이 높다. 남편이 아내를 물에 빠뜨려 죽이고, 그 아내가 처절하게 복수를 꿈꾼다는 설정은 청소년 모방범죄를 우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충무로에는 수많은 스릴러 영화가 제작되고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충무로의 막장 악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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