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의리’의 뜻이 국어사전에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마땅한 도리’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이 ‘의리’는 ‘사람’사이보다는 ‘남자’사이에서 더 중요시되는 것 같다. 왜냐? 남자들은 거의 모든 상황에 ‘의리’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 같으니까. 그렇담 예를 한 번 들어볼까?
<아는 여자 친구에게 자기 남자 친구를 소개팅 시켜줄 때.>
A. 소개받을 여자 : 걔 어떤 애야? 잘 생겼어?
B. 소개해줄 남자 : 걔 의리 빼면 시체지. 진짜 멋있는 놈이야.
<죽고 못 살던 친구 사이가 어느 날 갈라진 걸 보고 엄마가 질문할 때.>
A. 엄마 : 아니, 너랑 매일 붙어다니던 철수 요즘엔 왜 안 놀러와?
B. 아들 : 걔랑 절교했어. 그 자식 의리없어.
어떤가? 이 두 가지 상황만 보아도 남자들은 ‘의리’가 있냐? 없냐? 에 따라 사람 됨됨이를 평가하는 게 맞는 것 같지 않나? 자, 오늘 ‘의리’ 운운하는 이유는 ‘의리있는 이 남자’ 때문이다. 바로 소지섭! 아~ 그냥 생각만 해도 멋지다. 그런데, 지금부터 펼쳐질 그의 ‘의리있는 모습’들을 보면 더욱 더 반하게 될 것이다. 기대하시라.
그와 좀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절친이냐? 아니다. 그럼 주기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이냐? 이것도 아니다. 그럼 가끔 전화 통화라도 서로 오고가는 사이냐? 오, 이것도 아니다. 그저 공적인 일로 만나게 되어 서로 조금 아는 정도? 더 쉽게 말하면 뭐, 새끼손톱만큼 아는 사이라고나 할까? 그러니 어느 정도 관계인지 대충 짐작이 가실 것이다. 이 둘은 거의 6~7년 전 정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그 때 잠깐 만난 이후로는 거의 연락도 없이 지냈다.
잠깐 이 쯤에서 ‘새기손톱이든 쥐꼬리든 왜 관계 얘기만 줄줄이 늘어놓냐구? 본론이 뭐냐구?’하며 지루해하실 분들에게 양해 한 말씀. 이걸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소지섭의 의리가 이해되기 때문이다.
자, 그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서, 소지섭과 조금 알고 있는 그 사람에게 6~7년 사이에 이런 저런 경조사들이 생겼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런 저런 경조사에 소지섭이 매번 챙기고 참석한다는 사실이다. 그저 새끼손톱만큼 알고 있는 관계일 뿐인데도. 그리고 더 놀라운 건 경조사를 직접 전해들은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지인들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경우까지도 말이다.
솔직히 따져보시라. 여러분은 몇 년 전 잠깐 알았던 사람들의 경조사를 일일이 다 챙기시는가? 아마도 대부분은 친척과 절친을 제외하고는 현재 알고 지내는 사람 정도만 챙기시리라 짐작된다. 그런데, 소지섭이 같은 연예인 동료도 아닌 그저 좀 알았던 사람을 몇 년이 지나도 꾸준히 챙긴다니, 정말 의리있는 모습 아닌가! 그리고 이로 짐작할 수 있는 건 그의 이런 ‘의리’는 단지 그 사람 한 명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될 것이란 사실이다.
‘의리파’ 소지섭의 모습은 지금 하고 있는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뒷이야기에도 숨겨져있다. 그가 군대에서 제대하자마자 얼마 안 돼서 이 드라마에 캐스팅 되었다. 그 때가 2007년이었으니 꽤 오래전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방송이 2009년으로 늦춰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를 제외하곤 나머지 주인공들의 캐스팅이 확정되지 못했던 것. 사실 상황이 이렇게 흐지부지되다보면 먼저 할 수 있는 다른 드라마부터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결국 약속했던 출연을 거절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지섭은 묵묵히 기다렸다. 이런 그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대답은 이랬다. ‘이 드라마에 수십명의 스태프들이 관련되어 있고, 그들이 드라마 한 편을 탄생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매달려서 애쓰고 있다. 그런데, 자신마저 출연 약속을 뒤엎어버리면 잘못하다가 드라마가 안 될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자신도 끝까지 기다렸다’라고 말이다. 와~ 정말 멋지지 않는가! 사람 심리가 군복무로 연예계를 떠나있었기 때문에, 인기에 급급해 방송에 다시 출연하고 싶을 수도 있을텐데, 소지섭은 ‘인기’보다는 사람들에 대한 ‘의리’를 먼저 택한 것이다. 아마도 그의 이런 모습이 지금의 인기있는 그를 만든 게 아닐까.
우리는 늘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에 집중한다. 나한테 이익이 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에만 말이다. 그런데, 알고보면 더 크고 좋은 것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눈앞의 것을 붙잡느라 그 기회를 놓치게 된 경우도 있다. 앞날을 미리 알 수 있으면 정말 좋으련만 우리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하지만, 진득한 의리의 사나이, 소지섭을 보면 딱 하나는 확실히 알 것 같다. 하늘은 이기적인 사람보다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람을 도와준다는 사실 말이다.
<이수연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