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개그맨' 한민관 "반짝은 No! 천천히 가련다"(인터뷰)

최문정 기자  |  2009.02.26 16:25
개그맨 한민관 ⓒ최용민 기자 개그맨 한민관 ⓒ최용민 기자


그를 보면 안타까웠다. 때론 28인치 바지도 헐렁하다는 마른 몸매와 높은 톤의 목소리에 만나면 손을 꼭 부여잡고 "힘내세요"라고 말해주고만 싶었다.


그렇지만 실제 한민관은 오히려 부러질까 두려울 만큼 강하고 강직한 사람이었다. 분명한 인생관과 곧은 시선이 흔들리지 않고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내가 매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때를 참 잘 만난 것 같다. 요즘 경기도 안 좋은데 나 같은 개그맨이 나오니 서민의 맛을 느끼시는 것 같다. 동정도 있는 것 같다."


일명 '빈티지 개그맨'이라고 한다. 숙성된 포도나 포도주는 물론 아니고 빈티지 패션 같은 매력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vintage'가 아니라 가난할 빈(貧)으로 뭔가 결핍돼 보인다는 의미다.

"없어 보인다, 빈티난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기분 나쁘진 않다. 처음에는 '어우'했는데 듣다보니 무뎌지고 그러다 받아들이게 되더라. 무엇보다 내 캐릭터 아닌가."


한민관은 최근 살이 1kg 쪘다고 했다. 그러나 얼굴에 절대 살이 안 붙는다는 그의 쏙 들어간 볼과 작고 마른 몸매는 늘 "살 빠진 것 같다"는 소리를 달고 살게 한다. 아무리 맛있는 게 있어도 '괜찮게 먹었다' 해본 적은 있어도 '진짜 맛있다', '또 먹고 싶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며 "난 5복 중 하나인 먹는 복이 없는 것 같다"던 그다.

"데이트 할 때도 그랬다. 함께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기보다 얼른 보고 영화를 보던 하자는 생각이다. 상대는 괜찮다고 하지만 원래 여자 친구에게 무뚝뚝하기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한민관은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가벼운 몸놀림으로 종횡무진하며 사정없이 고개를 흔들어 댄다. 밝은 웃음을 보면 다정다감하고 애교도 많을 것 같지만 2년을 사귀었던 상대에게도 "마음이 중요한 거지"라는 생각에 사랑한다는 말 한 번 한 적 없다는 무뚝뚝한 남자의 최고봉이다.


"난 절대 집착이 없다. 사귀던 상대의 집착으로 심하게 고생했던 일이 있어서인지 사귀는 상대에게도 먹을 것에도, 뭐에도 집착이 생기지 않는다."

개그맨 한민관 ⓒ최용민 기자 개그맨 한민관 ⓒ최용민 기자


그런 그에게도 개그는 집착까지는 아니라 해도 애착이 생기고 마음이 메이는 대상이다. 1주일간 준비한 개그를 했을 때 웃음이 크게 터지면 공채 붙었을 때 보다 더 좋단다. 매번 관객과 소통한다는 즐거움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고 순간적으로 애드립이 마구 터져 나오기도 한다. 다만 못 웃긴 날은 너무 우울해져서 집에 가서 하루 종일자게 된다는 부작용도 있다.

"작년 12월부터는 쉬는 날이 없었을 만큼 정신없이 바빴다. 그래도 행복하다. 빚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청자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니 엄마도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하신다. 시청자는 날 기다려 주지 않는다. 바쁠 때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현재 그는 부모님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같이 살고 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결혼한 누나의 원룸에 얹혀살기도 하고 화장실도 없는 작은 콘테이너에 산적도 있기에 버는 족족 부모님께 드리고 딱 200여 만 원이 들어 있다는 통장이 그렇게 든든할 수 없다. "그 동안 부모님이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다"며 "실질적으로 가장이라 바빠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깊은 속은 빈(貧)티지가 아닌 오래 숙성된 명품, 빈티지(vintage)였다.

한민관은 "갑자기 확 뜨는 이도 있지만 확 뜬 이후 뚝 떨어지는 이가 너무 많다"며 "난 그게 너무 싫다. 조금씩 올라가도 꾸준히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정점을 찍었다가 또 뚝 떨어져 한동안 활동이 없다가 또 다시 확 뜨기보다는 돈을 좀 덜 벌더라도 천천히 가고 싶다"며 진득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한민관은 "너무 띄워주면 힘들다. 기대치가 높으면 그만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며 "요즘 좋게 말해주시고 띄워주니 좋긴 좋지만 부담감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예능 기대주', '준비된 예능인'이라는 호평이 아직은 부담된다며 '실질적으로 그만큼 내가 뭘 했나' 생각도 했다는 고백이다.

이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려야지, 늘 생각한다. 나만의 개그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몸을 쓴 몸 개그지만 진지한 콩트를 하고 싶다. 리얼 예능도 맞는 것 같다"고 욕심을 보이며 "조금 덜 웃기더라도 꾸준히 지켜봐주시면 뭘 하든 잘 할 자신이 있으니 진득하게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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