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가수일 수 있었던 '불후의 명곡'을 보내며①

최문정 기자  |  2009.03.10 16:33
KBS 2TV \'해피선데이\'의 \'불후의 명곡\' 코너 <사진출처=KBS> KBS 2TV '해피선데이'의 '불후의 명곡' 코너 <사진출처=KBS>


가요 무대를 넘어 예능에서도 가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넘치는 끼를 바탕으로 전방위에서 활약함은 물론 감춰뒀던 개인사를 공개해 주위 사람들까지 눈물을 쏟게 하는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 가수가 정말 이름답게 가수일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예능에서 활약은 하고 있지만 예능에 출연한 이상 가수는 더 이상 가수임을 강조할 수 없다. 가수라는 타이틀을 버린 채 그저 웃긴 사람이 돼야 하며 잠깐 같은 노래 한 곡을 여기저기서 반복하며 부르는 것이 가수라는 명목을 잇게 하는 정도다.

이런 상황에 KBS 2TV '해피선데이'의 '불후의 명곡' 코너는 특이 케이스다. 음치인 김성은과 입담 좋은 신정환·탁재훈을 MC로 두고 매회 다양한 게스트와 함께 하는 등 예능적 장치도 있지만 근간은 노래, 노래에 의해, 노래를 위해 만들어지고 진행되는 코너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시청자는 '불후의 명곡'을 통해 예능을 넘어 평소 TV 자체에서 보기 어려웠던 이들까지 다양한 가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끝까지 출연 제안을 딱 잘라 거절한 이들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가수로서 예능에 출연하긴 어렵다', 'TV출연은 껄끄럽다'는 평소 생각을 깨고 카메라 앞에 나섰다.

막상 출연 결정을 하고 나서도 출연 가수들의 걱정은 줄어들지 않았다. 제대로 된 무대가 아닌 유동적인 촬영 현장에 제대로 된 MR(녹음 반주) 삽입이나 에코 효과(노래를 부를 때 마이크를 사용하면 소리가 울리는 것)도 없는 거의 막무가내의 상황을 단지 생목으로 뚫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노래를 잘하는, 통칭 '대가수'라 하는 분들은 이를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듣는 이들이 전율을 느끼며 숙연해 질만한 가창력을 뽐냈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이전까지 그들이 서왔던 무대와는 차원이 다른 상황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는 없다. '불후의 명곡'을 통해 오랜만에 TV 복귀 무대에 나서는 이들의 경우에는 그 부담이 더욱 크다.

KBS 2TV \'해피선데이\'의 \'불후의 명곡\' 코너 마지막 게스트 이문세 <사진출처=KBS> KBS 2TV '해피선데이'의 '불후의 명곡' 코너 마지막 게스트 이문세 <사진출처=KBS>


어떻게 보면 100%예능도 아니고 100% 가요프로그램도 아닌 중간적이 정체성, 게다가 노래를 즐기기엔 열악하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는 '불후의 명곡'의 무대에 감동을 느꼈다. '불후의 명곡'이라는 이름으로 선정된 주옥같은 곡들에 당시의 향수를 느끼고 당시의 추억은 공감대가 돼 코너 외적인 즐거움을 누렸다.

'불후의 명곡'의 신원호 PD는 "우리는 노래가 중심이다. 솔직히 노래만 하기도 바쁘다"며 "섭외시 사생활 노출 등을 이유로 주저했던 분도 있지만 코너의 취지를 알고 다들 출연 결정을 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신원호 PD는 "'불후의 명곡'은 기획 단계에 참여했다가 1회까지 하고 하차했었다. 이후 2008년 재개되며 다시 연출을 맡았다"며 "마지막으로 문을 닫게 돼 의미가 남다르다"고 코너 종영을 앞둔 소회를 밝혔다.

이어 "후배가 15일 방송 예고 편집 때 '마지막 무대'라는 자막을 넣는데 PD들이 다들 '아..' 했다"며 "이번에 종영하면 정말 되살리기 어려울 것이기에 아쉬움도 남는 게 사실이다. 종영 사실이 새삼 와 닿고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신 PD는 "노래, 가수를 중심으로 한다는 특성상 어떤 이는 출연 소식에 열광하는 반면 조금만 연령대를 넘어도 그들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게시판 등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 이전의 향수를 되새기는 모습을 보면 기쁘지만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스러운 것, 알려지지 않은 것을 일컬음)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불후의 명곡'에 나온 분들 중 음악사에 족적을 남기지 않은 이가 없다. 모두 대중의 가슴에 살짝 흔적이라도 한 번 남긴 이들"이라며 "섭외 등에 있어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런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뻤다. 개인적으로는 사심풀이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불후의 명곡'은 오는 15일 이문세를 마지막 게스트로 프로그램을 내린다. 22일에는 이제까지 방송된 '불후의 명곡'의 기록을 되새기는 스페셜의 한편 '불후의 명곡 어워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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