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드래곤볼 에볼루션'이 언론시사를 통해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드래곤볼 에볼루션'은 전 세계적으로 1억부가 넘게 팔렸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토리야마 아키라 원작의 만화 '드래곤볼'을 할리우드에서 영화화해 화제가 된 작품. 주윤발이 무천도사를, god의 멤버 박준형이 야무치 역을 맡아 국내에서 관심을 모았다.
마침내 공개된 '드래곤볼 에볼루션'은 예상보다 더욱 실망스러웠다. 시사회가 끝나고 '디 워'가 걸작이었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드래곤볼 에볼루션'은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무술을 배운 손오공이 2000년만에 부활한 악의 화신 피콜로를 제압하기 위해 드래곤볼을 모은다는 내용이다.
애초 손오공을 미국 십대로 둔갑시켰을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원작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드래곤볼 에볼루션'은 왕따를 당하던 미국 십대 소년이 힘든 싸움을 통해 성장, 사랑까지 거머쥔다는 전형적인 미국 틴에이저물이다.
영화는 원작에서 캐릭터 이름만 가져왔을 뿐 내러티브는 에네르기파를 맞은 듯 뻥 뚫려있다. 할아버지의 죽음과 그로 인한 임무 수행, 부르마와 무천도사와의 만남, 야무치와의 조우까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점철돼 있다. 가져왔다면 야한 할아버지 무천도사 캐릭터 정도이다. 원작도 구성이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영화에서는 원작 특유의 유머와 롤플레잉 형식의 전개는 온데간데없다.
특히 조악한 CG는 혀를 차기에 충분하다. 국내에서 일찍이 실사화된 '피구왕 통키' 수준의 의상에 '불꽃슛' 정도의 에네르기파라니...드래곤볼로 등장하는 신룡은 크기와 위용, 심지어 울음소리까지 '디 워'의 용에 절반도 못 미친다.
그나마 한국팬들에 한 가지 위안이 된다면 야무치 역을 맡은 박준형이다. '스피드 레이서'로 할리우드영화에 데뷔한 박준형은 뻔뻔한 캐릭터인 야무치를 적역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잘 소화해냈다. 한국인보다는 아시아인이라는 표현이 걸맞은 외모이기에 할리우드에서 일정한 역을 소화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원작팬들에겐 '지못미'일 '드래곤볼 에볼루션'은 12일 개봉한다. 전체관람가이긴 하지만 12세 '이하' 관람가가 더 적당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