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을 누르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회 연속 4강에 진출하자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선수들에게 '병역면제 특혜'(병역특혜)를 주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6년 제1회 대회에서 4강에 오른 대표팀에게 병역특혜를 준 것처럼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대표팀의 군 미필자들에게 면제혜택을 주자는 것. 하지만 2007년 12월 '월드컵 축구경기 16강 이상 및 WBC 4강 이상'이 병역특례법 내 병역특혜 조항에서 없어져 대표팀이 우승을 하더라도 특혜는 없다.
병역특례법은 지난 1973년 도입된 것으로 ▲동·하계 올림픽게임에서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등을 기록하면 해당 선수에게 병역혜택을 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WBC에 출전한 한국대표팀 선수 28명 중 병역 미필자는 모두 4명이다. 메이저리거인 추신수(27, 클리블랜드)를 비롯해 박기혁(28. 롯데), 최정(22. SK), 임태훈(21. 두산) 등이 병역을 마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아고라에는 'WBC 우승하면 병역혜택을 주세요'라는 제목의 온라인 이슈청원이 올라왔다. 필명 세계여행은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야구대표팀이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며 "이번에 우승하면 병역혜택을 줬으면 좋겠다"고 글을 남겼다.
네티즌들은 국민여론이 긍정적이라면 선수들에게 병역을 면제해 주는 것도 괜찮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나도 군필자이지만 우리 선수들에게 병역 면제해 줘도 된다"며 "군 생활하는 것보다 국가를 위해 뛰는 게 더욱 충성하는 길 같다"고 피력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부처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병역특혜는 병역법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우승을 한다고 해도 병역면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서두르지 않겠지만 우승을 해서 국민 여론이 병역면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뀌면 무슨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KBO 관계자도 "법적으로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는 상황에서 KBO 차원에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은 없다"며 "지난 1회 대회 때처럼 나중에 성적이 아주 좋아서 국민여론이 우호적으로 형성되기 전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인식 감독을 비롯해 대표팀 선수들도 병역을 마치지 못한 후배들의 병역혜택 문제를 고위층에 건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감독은 지난 9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전 직후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WBC 1회 때 이상의 좋은 성적을 낼 경우 병역면제 혜택을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