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빅히트 제공
신이 '나'를 유독 사랑한 걸까. 스타 작곡가 겸 음악 프로듀서 방시혁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 내림을 받은 듯 순간 느낌이 올 때면 손은 저절로 움직였고, 본인조차 흠칫 놀랄 만한 곡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늘 그 노래는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많은 이의 심금을 울린 '총 맞은 것처럼'을 비롯해 지난 97년 작곡가로 데뷔한 방시혁은 그렇게 지난 10여 년을 대중 음악계에서 영향력 있는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함께 작업한 가수만 해도 박진영 김건모 임창정 god 베이비복스 보아 비 원더걸스 임정희 케이윌 에이트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런 방시혁이 '총 맞은 것처럼'을 잇는 노래 '심장이 없어'를 최근 발표했다. 혼성그룹 에이트의 3집 타이틀곡이기도 한 이 노래는 방시혁이 만든 '이별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곡이다.
'이별 3부작'이라 불릴 만큼 애절한 노래들을 만든 그에게 애절한 이별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내리는 빗줄기를 타고 성큼 성큼 다가오는 봄, 그를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누구나 이별은 한다. 하지만 이렇게 애절하게까지는….(미소) 솔직히 상상의 산물이다. 가끔은 곡을 쓴다는 게 신 내림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동기술 하듯이 내가 왜 이 이야기를 썼는지도 모르고 만들 때가 많다. 오히려 내 감정이 들어갔던 노래들은 히트곡이 되지 못했다."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오히려 경험을 녹여낸 노래들이 보편적 감동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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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방시혁, 그는 '히트작곡가'라는 별칭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때마다 지금의 대중 음악계가 있게 해 준 아이돌과 아이돌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 더욱 깊어졌다. 소위 말하는 대중 평론가들은 대중음악이 아이돌 때문에 더 성장하지 못 했다고 혹은 아이돌 팬들의 편향된 음악성향이 악영향을 끼쳤다고 비난하지만, 그는 절대 이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과거에는 아이돌과 그들의 음악 그리고 아이돌 팬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심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아이돌이 우리 문화에 끼친 영향이 굉장히 긍정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아이돌 음악 산업이 어린 아이들 코 묻은 돈 뺏어가는 것이라 비난하기도 하는데 아이돌이 대한민국 음악계가 발전하는데 굉장히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아이돌과 그들의 문화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탄생한 아이돌이 있었기에 많은 음악인들이 새로운 자극을 받았고, 이걸 보고 자란 아이들이 또 다시 어른이 돼 음악을 발전시키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음악적 다양성 측면에서 아이돌에게만 편중됐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편중되는 게 싫으면 자신들이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들으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정작 아이돌 문화를 비난하는 그들은 단돈 1만 원을 들여 CD 한 장 사지 않는다. 그런데 그들이 아이돌과 그들의 팬을 비난한다는 게 말이 되나."
방시혁은 "이제 아이돌에게 '귀엽다' 정도의 표현은 불공정한 평가"라고 거듭 강조했다.
2009년 대중 음악계를 좌지우지하는 사람의 말이라면 한 번 귀 기울여 볼 만 하지 않을까. 방시혁, 그는 어느덧 개인의 음악적 만족 뿐 아니라 대중 음악계 전체를 걱정하는 사람이 됐다.
"음악을 시작한 후 매 순간이 행복했다. 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덕에 모든 면이 만족스러웠다. 그렇다고 현재의 모습에 안주할 수만은 없다. 앞으로 더 전진하는, 그래서 대중 음악계에 좋은 영향을 끼친 뮤지션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