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방송된 SBS 스페셜-여우비(女優悲)에서는 20여 명의 여배우들이 '대한민국 여배우로 산다는 것'에 대해 직접 이야기했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배우 문정희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여배우들과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배우들은 현재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드라마의 여주인공부터 중견 여배우, 신인 여배우, 은퇴한 은막의 스타까지 다양한 인물들로 채워졌다.
문정희는 "경력 10년 차 배우다.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고 다음 달에 결혼한다. 좋은 남자니까 결혼하는데 내가 결혼을 하는 게 맞을까 고민이 된다"며 "결혼을 하게 되면 역할의 한계가 있을 것이고 내 이미지에 타격도 있을 것이고 서른이 넘어서 선배들을 보면 다 우리 같은 고민을 하는 것 같다"며 자신의 현재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문정희는 다른 여배우들에게 물었다.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
채시라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심하게 마르면 '살 좀 찌우지. 왜 그렇게 다이어트를 하나'란 말이 들려요. 그러면 남의 속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요. 사람들은 맨날 좋은 옷 입고 사람들 만나고 그런 직업을 가져서 좋겠다고만 해요.
한혜진
제가 무딘 성격인데도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얇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누가 툭 건들면 무너질 것 같고 하늘만 봐도 눈물이 날 것 같고 악플, 사람들의 시선, 감독님의 표정이 제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어요. 요새 그 여배우 브라운관에서 보이지 않는데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 안타깝고.
금보라
기사에 내가 요정에 간다는 걸 봤어요. 저는 요정이 '비밀의 요정'에 그 요정인 줄 알았어요. 그 때 정말 (연기)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온갖 독설과 저에 대한 비난과 정말 수치스러울 정도로 인간으로서 회의가 들 정도였어요. 실어증에 들 정도였죠.
조안
댓글에 누가 저에 대해 벽에다가 내 머리를 밀쳐서 죽이고 싶다고 그랬어요. 좋아하는 일인데 정말 잘하고 싶거든요. (울먹이며) 이런 것 싫은데. 미쳤나봐. 항상 이렇게 꿈이 있거든요.
엄지원
성격도 좋고 얼굴도 예뻐야 하고 신도 아닌데 어떻게 다 되겠어요. (악플은) 쿡 칼에 찔리는 것 같아요. 그것보다 더 아플지 몰라요.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 때도 누군가 '쟤 별로래'라고 하면 얼마나 속이 상해요. 무차별적으로 집단 몰매를 맞으면 아무리 강건한 사람이라도 일어서기 힘들죠.
추상미
고 최진실 언니 사건이 너무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그 언니의 마음이 이해가 됐어요. 밝고 희망이 되는 그런 역할을 많이 해서 나처럼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야지라고 생각했을텐데.. 나를 대하는 수준을 보고 박탈감, 상실감이 컸을 거여요.
오현경
배우이기 전에 여자이기 때문에 보호를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남자보다 여자라서 무슨 일이 생기면 더 보호받지 못해요. 이런 이야기 하고 싶지만 조심스럽고 민감하기도 하고 섣불리 이야기하기 어렵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