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본고장도 두렵지 않은 '할수있다'

[기자수첩]

정진우 기자  |  2009.03.25 11:00


아쉬움이 남는 승부였다. 하지만 보여줄 건 모두 보여줬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일본에 져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 문턱에서 아깝게 미끄러졌지만 국민들에게 많은 것들을 남겼다.


글로벌 경제침체로 가계 경기 등이 좋지 않아 웃을 일이 사라진 국민들은 이번 대회를 마음껏 즐겼다. 우리 대표팀의 승전보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세계 일류 선수들이 즐비한 팀을 연파 할 때마다 용기와 희망을 가졌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뛰는 선수는 단 1명이었다. 수십배 차이나는 선수들 몸값도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이들이 보여준 투혼에 국민 모두는 감동했고 야구가 의미하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배경에는 대표팀을 이끈 김인식 감독의 뛰어난 리더십이 있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그는 통 큰 리더십을 보이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김 감독은 일본에 패해 준우승에 머문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너무 잘해 줘 고맙다"며 "정말 잘 싸웠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힘들고 어려웠던 매 순간을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몸소 보여줬다.


그는 선수들의 마음부터 움직이게 했다. 선수들은 감독을 진심으로 따랐다. 그리고 그라운드에 몸을 던졌다. 강력한 리더, 존경받는 영웅을 기다리는 우리 국민에게 김 감독의 리더십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번 국민적 이벤트는 이처럼 선수들과 감독의 노력만으론 안 된다. 좋은 인프라가 시급하다. 우리 야구선수들은 돔 구장 하나 없어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최악의 조건에서 경기를 한다. 지방의 여러 야구장은 낡았고 개보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밖에 이번 대회를 계기로 우리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소식이 더욱 자주 들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선수들의 선전에 미국 등 외신들은 저마다 "저런 실력을 갖고도 왜 메이저리거가 1명밖에 없냐"는 반응이다. 이번 WBC를 보면서 한국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김태균과 윤석민 등 우리 대표선수들을 향한 러브콜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WBC를 주관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상업논리에 한국 야구가 놀아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 무려 다섯 번이나 만나게 해 흥행시키려고 했다는 점에서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국민들이 잠시 시름을 잊었다면, 또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됐다면 이번 대회는 올 봄 우리에게 가장 큰 선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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