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슬은 역시나 활력이 넘쳤다. 드라마 '타짜'를 마친 뒤 분주히 새 작품을 찾던 그녀가 3D 애니메이션 한 편을 들고 나타났다. 드림웍스의 입체 애니메이션 '몬스터 vs 에이리언'이다.
한예슬은 미국판에서 리즈 위더스푼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주인공 '거데렐라'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발랄하면서도 생기가 넘치는 목소리가 한예슬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몬스터 vs 에이리언' 제작사 드림웍스 CEO 제프리 카젠버그는 "멋진 멜로디의 목소리"라며 "한예슬을 직접 보니 목소리 만큼이나 외모도 훌륭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요즘 유독 할리우드와 인연이 잦은 그녀. 최근엔 영화 홍보차 내한한 톰 크루즈의 파티에 참석한 바 있고, 이번엔 제프리 카젠버그와 함께 내한한 키퍼 서덜랜드와 만났다. 한예슬은 그가 주연한 미드 '24'를 예전부터 즐겨봤다며 DVD에 사인까지 받았다고 활짝 웃음을 지어보였다.
"키퍼 서덜랜드에 톰 크루즈까지, 정말 대박이죠!"
-첫 더빙 소감은?
▲처음 오디션 비슷한 녹음을 봤을 땐 크게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결정이 난 뒤 첫 대사 녹음을 하는데 갑자기 너무 부담이 되는 거다. 이미 돌아가는 애니메이션에 목소리를 맞추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내가 일을 저질렀구나, 나는 죽었다' 생각을 했다. 처음 이틀은 적응하느라 힘들었고, 이후 보충 녹음 때 많이 작업을 했다.
-오디션은 어땠나?
▲미국 측에서 보낸 영상 클립에 맞춰 목소리를 입히는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본사 쪽에서 거절할 수도 있었다. 모든 작품에는 '노'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다. 그건 지금껏 일하면서 당연히,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내게는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회였다.
-키퍼 서덜랜드와의 만남은?
▲DVD에 사인을 받았다.(웃음) 대기실에서 '24' DVD를 가져와 사인을 받고, 사진도 물론 찍었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24'를 즐겨 봤다. 그 얘기를 했더니 자기가 굉장히 나이가 든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더라.
-최근 미국 영화지 버라이어티가 '아시아 지역의 떠오르는 연기자'로 지목했는데.
▲대박이죠! 정말 뭐라고 할까, 복권에 당첨된 느낌이랄까?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인터넷으로 찾아 읽었다. 2009년이 내게 너무 좋은 해가 될 것 같더라.
소속사를 옮기며 마음앓이를 했다. 그러나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따른다. 또 좋은 일 뒤에는 나쁜 일이 있다. 역시 액땜이었다.
-키퍼 서덜랜드와 만나기 전 최근엔 톰 크루즈도 만나지 않았나.
▲그것도 대박이죠. 무척 좋아하는 배우고, (원작 목소리 연기를 한) 리즈 위더스푼도 좋아한다. 이런 멋진 배우와 프로젝트를 하게 돼 너무 기뻤다. 톰 크루즈와의 파티에서는 나중에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을 받았는데 내가 너무 예쁘게 안 나와서 아쉬웠다.
-할리우드 진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얘기중인 건 있다.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인터뷰를 찍어 자료를 미국 측에 넘겼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늘 시도하고 싶다. 오디션도 볼 것이고, 안 되더라도 낙심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여배우로서 가장 힘들 때는?
▲사적으로는 외로움이 가장 힘들다. 공적으로는 작품을 끝낸 뒤 공백기가 가장 힘들다. 감수성이 계속 살아 움직이니까 빨리 다른 걸로 해소하고 싶은 기분이 된다.
-혹 댓글도 찾아 읽는지.
▲댓글을 찾아 보는 편이다. 좋은 일이 있을 땐 자만하지 않기 위해서, 아직도 내 부족함을 각인시키는 글들을 보며 나를 단련하고 분발하기 위해서다. 물론 아프다. 그러나 단 한분의 좋은 반응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처절한 악플들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고 보지는 않으려 한다.
-늘 밝은 한예슬도 의기소침할 때가 있을텐데.
▲배우라면 겉으로는 밝아보일 지언정 누구나 아픔과 고민이 있는 법이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나 역시 명랑한 면이 많지만 어두운 면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한다. 내 주위 사람들을 가슴아프게 할 수는 없다. 가장 사랑하기에 아픔을 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들이 그렇다.
-배우 한예슬이 나가야 하는 방향이 있다면?
▲좋은 작품을 선정해 하나씩 잘 마무리하고 싶다. 배우로서는 아직 경력이 부족하다. 좋은 작품으로 천천히 경력을 쌓는 게 우선이 아닐까. 하지만 조심스럽다. 작품을 보는 눈도 배우의 능력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소홀히 볼 수가 없다.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더 조심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