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반성하고 SBS에서 반성했어요. 이제 KBS 남았네?"(김국진이 이경구를 향해 한 말.)
이경규가 KBS 2TV '해피선데이'의 새 코너 '남자의 자격-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에서는 반성하지 않고 성공리에 코너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포문을 열었다.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이윤석, 김성민, 이정진, 윤형빈 등은 29일 '남자의 자격'이라는 코너로 새롭게 인사했다. 첫 만남의 어색함 속이 여전한 가운데 첫 예능 MC로 나선 이외수를 선생님으로 맞아 '첫 번째 미션-남자, 두 번 결혼하기'편을 시작했다.
이날 '남자의 자격'은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이외수의 방침 하에 그간의 행보를 우선 반성하는 것으로 '나쁜 남자의 좋은 남자 되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그간 자신의 행보를 반성하며 나쁜 남자였던 자신을 돌아보며 새 출발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이경규는 "MBC에서 반성하고 SBS에서 반성했다"는 김국진의 폭로 속에 "녹화만 길게 하면 짜증을 냈다", "후배가 녹화 중에 심하게 오버를 하기에 화장실로 불러다가 폭행을 했다"고 차분히 반성하는 것으로 KBS에서만은 반성하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경규는 '욱'함의 대표 주자였던 과거를 털어내지 못하고 이어지는 다른 출연진들의 질책 속에 결국 "한 사람을 지목해서 '걔 재미없어'라고 했었다. 출연자 명단을 쭉 보여주기에 김성민은 하지 말라고 했다"며 "저 친구 때문에 몰래카메라를 들켰었다"고 말하며 아직은 먼 '좋은 남자'로의 길을 암시했다.
프로그램 내내 이경규와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였던 김성민은 "메인MC가 이경규라는 얘기를 듣고 '왜 하필'이라며 '왜 그 사람이냐'는 생각에 항변했다"고 밝히는 한편 "꼭 그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경규에 이어 김국진이 선배인 이경규보다 더 '욱'하는 모습을 보이며 코너 내내 좌충우돌했다.
김국진은 'KBS 초보'인 김국진에 대한 환영인사라도 하듯 첫 번째 미션으로 등장한 '남자, 두 번 결혼하다'를 맞아 초반부터 고심했다. 다른 멤버들이 김국진의 지난 결혼 경험을 아프게 찌르자 줄곧 예민하게 대응하다 결국 다 포기한 듯 "X을 싸고 있네"라는 말을 연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욱'함은 김태원이 의외의 로맨틱한 면을 드러내며 정면에 나서는 것으로 부드럽게 감싸줬다. 김태원은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하겠다"는 아내와 닭살 애정을 과시하며 첫 번째 미션의 주인공으로 새 코너의 첫 방송을 장식했다.
김태원은 '밤톨'이라는 애칭의 아내에게 영화 '러브 액츄얼리'식으로 사랑고백을 하며 감동스러운 리마인드 웨딩을 연출했다. 30만 원이라는 적은 예산에 우중 야외 결혼식을 하고 바닥으로 쓰러진 바람인형과 오랜만에 '허리케인 블루' 시절로 돌아가 립싱크를 선보인 이윤석의 열정어린 몸부림만으로 축하하는 어설픈 결혼식이었지만 그 의미만큼은 빛났다.
김태원은 "결혼 전 두 번의 감옥살이와 한 번의 정신병원 생활을 했다. 이 사람은 도망갈 수도 있지만 10년간 내 옆을 지켜줬다"며 "그대의 희생이 빛나도록 사랑한다는 말을 난 합니다. 고맙다는 말도 오늘 합니다. 그 모든 고통을 다 이겨냈듯이 앞으로도 잘 살아가리라 믿습니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한편 '남자의 자격'의 이날 첫 방송은 아직은 코너의 색이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MC들은 슬슬 코너 속의 캐릭터를 세우고 각자의 역할을 정립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특히 이날 방송은 새로운 도전을 맞은 남자들의 열의가 안방에 전달되기에는 충분했다. 고개 숙인 채 첫 회 인사를 한 이경규와 김태원의 아내에게서 부케를 받으며 새로운 시작(?)을 기원한 김국진 등 출연진은 새 코너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남자의 자격'은 이후 매회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났다면 죽기 전에 한 번쯤 해볼 만한 것들 등에 의미 있는 도전을 하며 남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어 나가며 인생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남자의 자격'이 101가지의 모든 자격을 다 정리하고 이를 넘어 나쁜 남자라는 MC들의 변화까지 생생히 전할 수 있을 지 이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