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 "아, 네~" 녹화장에 혼자 들어가는 까닭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2009.04.01 09:09


여러분은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나 마음을 주고받을 진실한 친구를 선택할 때 무엇을 제일 먼저 보는가? 어떤 사람은 성격, 어떤 사람은 외적인 조건들, 어떤 사람은 상대방과의 코드가 맞는지 등등...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물론 이 중에서 뭘로 따지든간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다들 알아서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테니까.


그런데, 예전에 어떤 사람에게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이 사람이 내 배우자로 어떨까? 이 사람은 친구로서 어떨까?’ 등등을 선택할 때, 그 사람은 이런 방법을 쓴다고 했다. 상대방에 대해 다섯 가지 이미지를 바로바로 떠올리며 종이에 쓴다고 한다. 여기서 키포인트는 오랫동안 심사숙고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적는다는 것이다. 자, 그렇담 여러분들도 지금 아직 깊이 친해지지 않은 누군가를 떠올리며 이 방법을 한 번 써보면서 실험을 해보시는 게 어떤가?

음... 자, 결과는 어떤가? 신기하게도 누군가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속마음이 잘 정리되지 않나? 물론 이 방법이 100% 옳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 대해 스스로 떠올린 다섯 가지 이미지가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그저그런 사람인지 평가하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도 꽤 있는 것 같다.


그럼, 오늘의 주인공, 김국진에 대해서 주변인들이 즉각적으로 떠올린 이미지들을 적어보겠다. 주변인들엔 그의 매니저, 동료 연예인, 함께 일한 제작진들이 포함된다. 난 한 번도 그와 일해본 적이 없어서 물었다. ‘김국진씨는 어때요?’라고 말이다. 그들의 대답은 이랬다. ‘착하다’ ‘순수하다’ ‘과묵하다’ ‘좋다’ ‘바르다’란 이미지들이었다. 이 이미지들을 보니 그를 만난 적은 없어도 정말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여기에 굳히기 한판. 이런 이미지들을 완결시켜주는 한 제작진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다.

김국진이 MC를 보는 녹화날이다. 그 외에도 많은 MC들과 게스트들이 있었다. 녹화날의 풍경은 (프로그램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 이렇다. 녹화 시작 한 시간 전쯤에 출연 연예인들이 대기실에 모이고, 각자 메이크업도 하고, 의상도 챙겨입고, 녹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대본도 보고, 제작진과 이야기도 하고, 가끔씩 간식도 먹으며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이 때 제작진들은 MC를 비롯한 출연자들을 만나며 녹화 진행에 대한 여러 가지 사항들을 이야기하게 된다. 이 날도 역시 제작진들이 똑같은 작업을 했다. 먼저 여러 명의 MC들을 만나서 설명을 했다. 그런데, 다른 MC들과 김국진이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단다. ‘오늘 이렇게 이렇게 녹화 진행해주시면 좋겠어요’라는 부탁과 설명에 다른 MC들은 대부분 ‘음... 설명 안 해도 다 알아요. 알아서 잘 할게요.’라는 반응들.

그런데, 김국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설명을 하나하나 꼼꼼히 다 듣는다는 점이다. 그 특유의 목소리로 ‘아, 네에~’라는 대답과 함께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말이다. 아, 그렇다고 오해하지 마시라. 알아서 한다는 다른 MC들의 말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방송 경력 20여년이 다 되가는 김국진이 녹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서 모든 설명을 다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그의 성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그는 자신이 알건 모르건 상관없이, 자신에게 꼼꼼히 설명하는 제작진을 언제나 진지하고 바르게 대한다는 뜻이다. 그가 이렇게 대하면 제작진들도 그를 저절로 진지하게 대하게 된다나?

그의 이런 바른 태도는 또 있다. 녹화가 시작되면 제작진들은 출연자 대기실에서 이렇게 외친다. ‘자, 이제 녹화 시작입니다. 빨리 녹화장에 들어오셔서 마이크 차세요’. 이럴 때, 대부분의 반응들은 다시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람, 그제서야 의상을 입는 사람, 생각난 전화 통화를 마저 하는 사람, 김밥, 컵라면 등으로 요기하는 사람 등등... 바로 녹화장에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

하지만, 바른 남자, 김국진은 제작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역시 그 특유의 목소리로 ‘아, 네에~’ 대답하고는 곧장 녹화장에 들어가서 마이크를 차고 무대 위로 올라간다. 그러면 달랑 그 혼자서만 무대 위에서 있다고. 그리고 다른 출연자들이 한 명, 두 명 무대에 올라올 때까지 또 진득한 자세로 기다린단다. 그러니 김국진에 대해 떠올린 주변인들의 이미지가 ‘착하다’ ‘바르다’ ‘순수하다’ ‘좋다’ ‘바르다’일 수밖에.

그래서일까? 그가 오랜 공백기를 지나서 다시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이유 말이다. 물론 사람이 성품이 좋다고 모두 일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김국진, 그가 좋은 사람이란 걸 다들 아니까, 함께 일하는 제작진이나 동료들, 그리고 인간에 대해 섬세한 본능을 가진 시청자들까지 그를 외면하지 않고 다시 받아들이게 되는 게 아닐까, 이 말이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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