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아시아에서 촬영되는 이유

정현수 기자  |  2009.04.06 16:35
ⓒ 푸시 ⓒ 푸시


다코타 패닝의 출연으로 관심을 끌었던 할리우드 영화 '푸시'에서 배경지 홍콩은 또하나의 주인공이다.

극 전반에 걸쳐 홍콩 곳곳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초능력자들의 싸움이라는 줄거리와 다수 동떨어지는 조합일 수 있지만 푸시는 홍콩을 적절하게 배치했다. 홍콩 재래시장과 항구는 그래서 더 정겹게 다가온다.


최근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과거에도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존재했지만, 최근처럼 급증한 사례는 드물었다. 그만큼 할리우드에서 아시아의 존재감은 커졌다.

최근 국내개봉한 '기프트' 역시 같은 경우다. 기프트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스케일로 관심을 끌었지만, 무엇보다 태국의 수도 방콕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지난해 개봉한 '방콕 데인저러스'는 아예 제목에 방콕을 인용했다. 주인공인 니콜라스 케이지는 한국인 아내를 뒀을 정도로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 슬럼독밀리어네어 ⓒ 슬럼독밀리어네어


할리우드만 아시아를 찾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의 합작영화인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의 뒷골목을 아름다운 색감과 역동적인 음악으로 묘사한 수작이다. 특히 아카데미상 8관왕에 오를 정도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이 같은 인기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이국적인 배경이 큰 몫을 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인도의 도비가트와 타지마할을 은연 중에 기억하게 된다.


독일에서 제작한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의 경우에도 죽음을 앞둔 노부부와 가족애를 담담하게 그리면서 일본의 전통춤과 음악,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용한다. 도리스 되리 감독은 이전 작품에서도 주로 일본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일본 문화가 살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아는 하나의 옵션에 불과했다. 극 전개상 여의치 않아 중국이나 일본을 소개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최근에는 심심치 않게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시아계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늘어난 것도 여기에 한 몫 했다.

아시아 국가들도 할리우드의 방문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문화 산업인 영화를 통해 자국 문화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나 태국이 국가 차원에서 외국 영화를 유치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도 아직까지 성과는 미미하지만, 적극적으로 외국 영화를 유치하고 있다.


영화사 관계자는 "글로벌 마케팅에 눈을 뜬 할리우드와 자국 문화를 알리고 싶어하는 아시아 국가의 '절묘한 만남'이 최근 새로운 외화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의 영화전문지 '스크린데일리'는 "아시아 지역은 저렴한 인건비 및 장비, 교통비뿐만 아니라 절경과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자랑한다"며 "저비용과 이국적인 촬영지를 찾아 전 세계를 누비는 제작자들에게 각광 받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그림 같은 풍경과 도시들, 역사적 유물을 자랑하고 있지만, 비용이 비싸고, 자국의 영화제작 때문에 설비가 점유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한국과 일본의 잠재력은 적지 않으며, 2000년 이후 많은 영상위원회가 설립돼 제작에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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