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 김기덕보다 세련되고 류승완보다 날것 그대로인②

전형화 기자  |  2009.04.09 13:13


'똥파리'는 기시감의 영화다. 엄마와 동생을 죽게 만든 아버지에 대한 원한, 채무자를 두들겨 패고 수금하는 조직폭력배, 같은 상처를 지닌 여인에 위로 받는 남자, 장르의 법칙을 따른 결말... 그러나 '똥파리'는 이 모든 것을 한데 모아 화산처럼 폭발한다. 화산이 단 한 번에 터지지 않는 것처럼 '똥파리'는 끊임없이 미동하고 울려대며 소리를 지르고 끝내 '꽝'하고 터진다. 그 분출이야말로 '똥파리'의 힘이다.


'똥파리'는 조폭의 외투를 쓴 가족 영화다. 조폭이라고 고급차에 타고 룸살롱에 다니는 조폭은 아니다.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고삐리'들을 데리고 달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빚을 받으러 다니는 그런 조폭이다.

남들도 때리고 같은 편도 때리는 조폭 상훈은 입에 '씨발놈'을 달고 사는 양아치다. 세상만사 귀찮고 뒤틀려 있는 그는 배다른 누이의 아들, 그러니깐 조카에게만은 애정을 쏟는다. 그런 상훈은 어느 날 자신에게 눈을 치켜뜨고 대드는 여고생 연희를 발견하고 기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상훈은 여동생과 엄마를 죽게 만든 아버지가 감옥에서 출소하자 그를 두들겨 패면서 더욱 감정의 혼란을 느낀다. 그러던 중 조금씩 예정된 결말이 다가온다.

'똥파리'는 어느 여자가 남자에 죽도록 얻어맞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뒤이어 등장한 주인공 상훈은 그 남자를 또 죽도록 패고 "왜 얻어맞냐"며 여자에 침을 뱉고 다시 두들겨 팬다. 그러다 상훈은 또 다른 남자에 얻어맞는다. 이 장면은 그대로 '똥파리'를 압축한다.


상훈은 자기편과 우리편,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상처를 주는 남자다. 그의 폭력성은 아버지로부터 유전됐다. 그리고 그 폭력은 상훈의 똘마니로 들어오는 연희의 남동생에 그대로 전해진다. 폭력의 되풀이는 '똥파리'의 중요한 키워드다. 연희의 아버지 역시 월남전의 상흔으로 연희에 폭력을 행사한다. 그 폭력 역시 연희 남동생에 유전된다.

연희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상훈의 노점상 철거 역시 연희 동생이 되풀이한다. 상훈 가족을 파국으로 만든 아버지의 폭력은 배다른 누이의 남편이 재연한다. 상훈은 조직을 떠나는 것으로 그 모든 폭력에 종지부를 찍으려 하지만 폭력은 멈추지 않는다.

'똥파리'는 폭력과 욕설로 대화를 대신한다. 상훈은 친한 친구에겐 '자지'를, 마음에 드는 여자엔 '보지'를 외친다. '씨발놈'은 상황에 따라 친근함의 표시이며, 적대감의 발현이며, 분노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이 영화의 연출과 주연을 맡은 양익준 감독은 사회적인 폭력을 개인에 응축해 표현했다. 13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내내 쉬지 않고 이어지는 폭력과 욕설은 매 신에 긴장감을 더한다. 곳곳에서 터지는 지뢰밭을 달리는지라 지칠 법도 하지만 관객을 끊임없이 몰고 가는 통에 피로는 덜하다.

독립영화와 충무로에 낯선 얼굴이란 점에서 양익준 감독은 김기덕 감독과 류승완 감독을 연상시킨다. 나쁜 남자를 통해 사회를 응축한다는 점에서 김기덕을, 드라마와 액션의 조화라는 점에서 류승완을, 양익준은 상기시킨다.

또 양익준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처음보다 더 세련되고, 류승완 감독의 처음보다 더 날것이라는 점에서 장래가 기대된다. '똥파리'가 '워낭소리'가 불러일으킨 독립영화 바람을 이어갈지, 세상에 대한 절절한 분노가 관객에 통할지, '똥파리'는 16일 관객과 만난다.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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