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가문의 영광' <사진=SBS>
SBS 주말드라마 '가문의 영광'이 19일 종영한다. '가문의 영광'은 '막장'이 판치는 TV 드라마에 '막장'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만하다.
하지만 '막장'이 없어도 성공했다는 것만으로 '가문의 영광'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이 않다. '가문의 영광'만의 '플러스알파'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1. 無막장
먼저 '無막장'을 보자.
올해 상반기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과 KBS 2TV 월화극 '꽃보다 남자', MBC 월화극 '에덴의 동쪽'은 화제만큼이나 막장 논란에 시달렸다.
시청자들은 이들 드라마에 환호하면서도 폭력이나 불륜, 출생의 비밀 등에 대해서는 싸늘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나 '가문의 영광'은 폭력, 불륜, 출생의 비밀 등 '막장 코드'없이 주말극 1위를 달렸다. 극 중 스무 살 가까운 나이차가 나는 수영(전노민 분)과 진아(신다은 분)의 로맨스가 사회적 시각에서 다소 어색한 느낌을 줄 수도 있었지만 수영의 진아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진아의 수영 및 하씨 문중의 종부로서의 자세가 극 전반에 녹아나며 그러한 우려까지 떨쳤다.
#2. '전통장례', '전통혼례' 등 전통 재현에 대한 제작진의 의지
'가문의 영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공 포인트는 '전통의 재현'이다.
박영수 PD는 드라마 시작 당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드라마도 너무 재미만 추구하는 걸 지양할 때가 아닌가 한다"며 "한국인으로서 우리가 잊고 지내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있을 ‘가문의 영광’ 자녀들의 결혼식 또한 모두 전통혼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극 초반 한 회 분량을 몽땅 투자해 전통 장례를 세밀히 재현했던 '가문의 영광'은 이후 석호(서인석 분)와 영인(나영희 분)의 결혼식 및 수영-진아, 태영(김성민 분)-말순(마야 분)의 합동결혼식까지 공들여 전통 혼례를 재현했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으로 제작진의 전통 살리기에 대한 열정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대가족을 통한 가족애의 조명도 '가문의 영광'의 또 다른 성공 포인트다. 가까운 과거까지 우리 삶을 이끌었던 대가족적 연대가 거의 사라져간 이 시점에서 하만기(신구 분)로부터 종손 동동이(박준목 분)까지 4대에 이르는 가족 간의 이해와 사랑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특히 하만기와 동동이 간의 세대를 뛰어넘는 솔직한 대화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3. 신구, 서인석, 나영희, 연규진, 서권순..동동이 등 주조연의 호연
'가문의 영광'의 명목상 주인공은 이강석(박시후 분)과 하단아(윤정희 분)였지만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만기 역의 신구는 집안에 갈등이 있을 때마다 차분한 해법으로 집안 어른의 면모를 보여줬다.
석호와 영인은 이루지 못한 사랑을 늦었지만 이뤄냈으며 수영과 진아는 나이와 경제력을 극복한 사랑을 태영과 말순은 악연이 사랑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전처의 자식을 보듬는 말순의 면모를 보여주며 또 한 번 감동을 안겼다. 집안 전체의 분위기 메이커 태영 역 김성민 또한 마치 그를 위한 역인 듯 잘 소화해 냈다.
삼월 역의 김영옥은 하씨 집안의 씨종이지만 집안 안살림을 도맡아 내부에서 가문이 흔들리는 것을 막았다. 극 막바지 치매 증상이 있는 그녀를 보고 많은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자칫 고루할 수 있는 드라마에 재미를 배가한 것은 강석의 부 이천갑을 맡은 연규진과 모 역의 최영자(서권순 분)부부 콤비의 코믹 연기다.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자지만 넝마주이 출신인 탓에 '메뚜기 튀김 없냐'를 외치는 천갑의 모습과 식모 출신으로 무식함을 드러내며 자식과 며느리를 곤경에 빠뜨리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영자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은 때론 박장대소를 때론 애절함을 느끼곤 했다. 말 없는 막내 딸 혜주 역의 전혜진의 시간 흐름에 따른 감정 처리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