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대표팀에서 빠져야 할 1순위라고 했다"

김겨울 기자  |  2009.04.20 00:47


'작고 마른 체구, 대학과 프로 구단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았던 무명의 축구 선수, 국가 대표 발탁에 반대했던 축구 관계자와 미디어, 그리고 첫 유럽 무대에서의 3만 5천 관객의 야유..'


박지성에 대해 누군가 젊은 나이에 출세한 축구 선수라며 '행운의 사나이'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공짜' 행운이란 없었다.

19일 MBC 스페셜은 '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 편을 방송했다. 그간 언론에 공개된 적 없는 박지성 선수의 개인적인 인터뷰부터 세계적인 축구 구단의 선수가 되기까지 험난했던 여정을 보여줬다.


박지성은 어려서 작고 마른 체구를 가지고도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을지만 무명 선수인 그가 국가 대표로 발탁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허정무 감독은 "말이 많았죠. 지도자들이나 미디어 담당 기자들이 말도 많았고 심지어는 저한테 박지성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묻고 그랬으니까요"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 당시 신문에는 허정무 감독이 친한 선배인 김희태 명지대 축구 감독의 청탁으로 박지성이 국가 대표에 합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기사까지 실렸다.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 국가 대표 선수 선발 당시를 회상하며 "히딩크 감독님이 출범한 후에 저는 단 한번도 대표팀 소집 명단에 빠진 적이 없었어요"라며 "하지만 대표 팀을 꾸리기 3개월 전까지도 대표 팀에서 빠져야 할 1순위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지성은 억울한 마음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마음 없었어요. 왜나면 누구나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한 것이니까. 대표 선수라는 것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점들이 컸기 때문에 억울한 마음이 없었어요."

결국 박지성은 2002년 한국의 축구의 역사를 다시 쓴 그 자리에 섰다. 그리고 국민 영웅이 됐다.

이 후 그는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다. 박지성, 자신을 알아봐준 히딩크 감독의 제의에 따라 아인트호벤에 입단하게 된 것이다.

"유럽에 지금 가야하는 것인가? 아직은 일본에 있어야 하는 것인가를 두고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당시 팬들이 거의 대부분 가야한다고 했어요. 히딩크 감독님처럼 저를 잘 아는 감독님을 거부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됐어요."

그리고 그는 유럽으로 떠났다. 한국의 '스타 키커'라는 명성을 버리고 말이다.

"제가 공을 받으면 무조건 야유가 나왔어요. 3만 5천 명의 관객의 저에 대한 야유가 다른 팀의 선수가 받았을 때보다 더 컸죠. 느낄 수 있을 만큼 요. " 동양 선수인 박지성에 대한 홈 구장의 관객들의 질타는 생각 이상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그런 박지성의 사기를 죽이지 않으려 원정 경기에만 쓸 정도였다.

"제가 공을 받으면 관객들이 야유가 쏟아졌어요. 저로 교체라도 되면 야유가 쏟아지고, 공이 저한테 오는 게 싫었어요. 난생처음으로 축구가 싫었어요."

박지성은 당시가 축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당시 가족과도 떨어져 살고 말도 통하지 않았던 그였기에 그의 외로움은 커져갔다. 그러나 그는 국가 대표 선발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묵묵히 견뎌냈고 보란 듯이 훌륭한 성과를 이뤘다.

결국 그는 세계 최고 선수들만 모인다는 명문 축구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게 되기에 이른다. 그는 현재 루니, 호날두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한 팀에서 뛰고 있다.

"이 클럽은 세계 최고잖아요. 제 한계에 도전하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서 실패하면 더 이상 한계를 알아볼 수 없잖아요. 내가 이 팀에 들어가서 과연 어디가 나의 끝인가를 알 수 있을까."

현재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위치는 넘버 5 안에 들 정도라고 감독은 말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뛰는 선수들은 "그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선수"라고 꼽았다.

공이 자신에게 없을 때 더 많이 움직이는 그, 그런 그에게 세계적인 선수라는 명예는 도전일 뿐이지 위압감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는 남몰래 '유소년 축구단'을 준비하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축구를 꿈꾸는 유소년들을 위한 희망이 되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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