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마더' '잘 알지도 못하면서'(오른쪽) <사진출처=영화스틸>
칸국제영화제에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공식부문인 경쟁부문에,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비경쟁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박쥐'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언론시사회를 통해, '마더'는 제작보고회를 통해 첫 영상을 공개했다.
박찬욱 '박쥐', 파격으로 승부하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제작 전부터 흡혈귀라는 소재와 파격적이 노출이 있다는 점에 소문이 무성했다. 지난 24일 공개된 '박쥐'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올 상반기 가장 화제작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신약 실험에 자원한 신부는 흡혈귀의 피를 받아 초인적인 능력을 얻지만 신선한 피를 수혈 받지 않으면 살이 썩는다. 그는 병에 걸린 친구의 부인과 사랑에 빠지고 피를 갈구하지만 신부라는 점에서 갈등에 빠진다.
그동안 미학적인 감각을 펼친 박찬욱의 세계는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선보인다. 피로 대변되는 붉은 색과 집에 칠해 놓은 하얀색이 눈길을 끈다.
'박쥐' 공개 후 단연 화제가 됐던 것은 송강호의 성기 노출과 수위 높은 베드신이다. 송강호의 성기 노출 장면은 김옥빈과 파격적인 베드신에 상관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송강호는 "꼭 필요했던 장면이다. 상현의 순교의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김옥빈은 노출에 신경 쓰지 않고 실컷 노는 기분으로 촬영했다고 전했다.
봉준호 '마더', 국민 어머니의 광기를 보여주마
마더는 지난 27일 제작보고회를 통해 본 예고편과 메이킹 영상을 공개했다. '마더'는 국민 어머니 김혜자의 영화 출연과 한류스타 원빈의 복귀 작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또 '살인의 추억'을 넘어서는 스릴러가 완성되겠냐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공개된 영상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 진실에 접근하는 강인한 어머니 김혜자의 모습이 담겼다. 골프채를 들고 바들바들 떨면서도 눈빛만은 아들을 살리겠다는 일념이 엿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봉준호는 "사람들이 김혜자를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잘 모른다"며 "광기로 치닫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쥐'와 '마더'는 박찬욱과 봉준호가 각각 10년, 5년을 준비한 작품이다. 그만큼 탄탄한 시나리오로 제작단계부터 충무로의 입소문이 자자했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김혜자도 "봉준호 감독이 4년 동안 전화로 '마더'를 주입했다"며 "죽어있던 세포를 깨워줬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개 영상에는 원빈의 순진한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마치 '살인의 추억'의 박노식 캐릭터의 연장선상을 보는 듯하다. 봉준호 감독은 "원빈은 독한 승부근성과 연기에 대한 중심이 있는 배우다"며 극찬했다.
홍상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만큼만 이야기해라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홍 감독의 9번 째 장편 영화다. 김태우 엄지원 고현정 등 그동안 홍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총 출동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영화에는 뒷전인 영화감독 구경남(김태우 분)의 여행기를 따라가는 작품. 영화제를 거쳐 특강을 위해 제주도로 가기까지 두 번의 여행길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려낸다.
27일 언론시사회는 지금까지 홍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홍 감독이 "점점 내 자신의 현재형에 가까워지는 듯하다"라고 할 만큼 극중 구경남은 홍상수 감독을 떠올리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천에서 제주도를 따라가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실제 영화제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이었다.
홍 감독 특유의 사람의 행동을 해석하는 것에, 고현정 엄지원 등이 보여주는 독특하고 시니컬한 캐릭터가 더해져서 코믹 영화가 아님에도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과 대사가 가득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은 노출이나 폭력신, 욕설 등이 있을 경우에 받지만 영화에는 그 같은 장면이 한 신도 없다.
홍상수 감독은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할 때부터 청소년관람불가로 등급을 넣었다"며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최소 연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성인만 봐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