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회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 중인 MBC '내조의 여왕'(극본 박지현ㆍ연출 고동선 김민식)은 탄탄한 극본, 실력 있는 연출, 찰 진 연기자들로 삼박자가 고루 갖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단연 일등 공신을 꼽으라면 김남주가 아닐까.
김남주는 지난 2001년 MBC '그 여자네 집'(극본 김정수ㆍ연출 박종)에 출연한 이후 꼬박 8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였다. 그는 기존의 세련되고 지적인 이미지에 얽매이기 보다는 두 아이를 둔 억척스런 주부 탤런트로 귀환했다.
그러나 기존 이미지 탓일까. 최측근인 남편 김승우가 "'내조의 여왕'은 내가 추천했다. 시놉시스를 봤는데 김남주와 너무 닮았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김남주가 코믹 연기를 잘해낼 수 있을지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안면 근육을 다 써서라도 최대한 웃길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다. '내조의 여왕'의 시청률 상승과 함께 '천지애 신드롬'을 만들어낸 것. 천지애는 고교 시절 얄미운 퀸카였으며 서울대 의대 출신의 온달수와 결혼해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온달수의 소심한 성격 탓에 번번이 취직에 낙방, 시부모님 눈치를 보며 용돈을 타 쓰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러던 중 천지애는 온달수를 '퀸즈 푸드'에 취직시키기로 마음을 먹고 '내조의 여왕'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김남주는 예쁜 외모로 잘난 척하고 남자 출연진들이 다 좋아하는 자칫 밉상 캐릭터로 보여질 수 있는 천지애를 사랑스럽게 바꿨다. 형편이 여의치 않지만 멋을 부릴 줄 아는 패션 센스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털털하면서도 '귀여운' 무식함을 보여줬다.
특히 김남주의 코믹 연기는 절정에 달했다. 김남주는 회사 단합대회 장면에서 천적 양봉순(이혜영)이 던진 공에 맞아 쌍코피를 흘리는 가하면 술 먹고 취한 연기도 일품으로 선보였다. 또한 '천지애 어록'이라고 불리는 '토사구땡', '팥으로 메주를 쏜다고 해도 안 믿어' 등의 무식한 대사를 능청스럽게 읊어댄다.
이 같은 연기는 비단 대사와 연출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진언이다. 김남주의 열연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상황, 상황이 재밌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뜻. 특히 코믹 연기는 드라마 안에서 웃기지 않는 배우들이 웃기는 상황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상대 배우와의 호흡은 중요한 과제다.
김남주와 함께 출연하고 있는 오지호, 윤상현, 최철호는 하나 같이 "김남주와 연기할 때 100%의 시너지가 발휘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남주의 털털한 성격 덕분에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는 것. '내조의 여왕'의 회식 날, 김남주는 곱게만 앉아있는 다른 여배우들과는 달리 가장 말단 스태프부터 고참 CP까지 일일이 챙기는 살뜰함을 보였다. 그의 이런 '내조' 덕분에 '내조의 여왕'이 '시청률의 여왕'이 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