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귀환' 25년차 이승철 "여전히 역발상 중"(인터뷰)

길혜성 기자  |  2009.05.08 09:00


충분히 안주해도 될 듯하다. 그가 지닌 가창력이라면, 이전 스타일을 재차 곱씹어도 팬들과 평단의 호응을 쉽게 얻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올해 햇수로 가수 데뷔 25년차는 맞는 그는 대중들이 어떤 스타일의 노래를 좋아하는 지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라이브의 황제' 이승철 이야기다.


이승철은 지난 6일 정규 10집을 발표했다. 총 13곡이 담긴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작곡가 전해성의 '손톱이 빠져서'다. 이전 히트곡인 '소리쳐'와 같은 발라드를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손톱이 빠져서'는 노랫말은 애절하지만, 멜로디와 사운드 면에서는 시원하고 경쾌한 느낌의 브리티시 록 장르의 곡이다.

"개인적으로 제 정규 앨범 중 가장 아쉬운 음반은 직전 9집이었죠. 8집의 '소리쳐'가 히트했기에, 9집에서도 변화를 주지 않고 8집 스타일을 반복했죠. 물론 결과도 그리 좋지 못했어요. 그러면서 역발상과 새로운 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죠. 팬들에 이끌려 가기보단, 팬들을 앞에서 이끌어야하는 게 맞다는 생각도 재차 갖게 됐고요. 그래서 이번 음반 타이틀곡을 '록으로의 귀환'이라고도 할 수 있게, 브리티시 록 장르인 '손톱이 빠져서'로 정했죠."


이승철이 '역발상'을 실행에 옮겼다는 사실은, 이번 앨범 제작비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승철은 이번 10집 작업에만 무려 4억 원이 넘는 거액을 쏟아 부었다.

음반 불황이 지속되고 1000만 원 정도면 만들 수 있는 디지털싱글이 쏟아지는 요즘, 이승철의 시도를 '무리'라 보는 것도 절대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승철의 음반에 대한 애착과 신념은 확고했다.


"아무리 음반 시장이 불황이라해도 20년 이상 된 가수들은 정규 앨범에는 아낌없이 투자, 사운드 등에서의 퀄리티를 계속 올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팬들도 가요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거든요. 가요계가 힘들다고, 앨범과 노래까지 쉽게 만들면 결국에는 팬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죠."

이번 10집에서 '레게 나이트'를 통해 레게 스타일의 음악에도 처음으로 도전한 이승철. 25년 차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시도 중인 그의 눈길 한 쪽은 공연으로 향해 있기도 하다.

데뷔 이후 1000여 차례가 넘는 단독 콘서트를 가진 이승철은 이달 중순부터 고양, 서울, 천안 등을 차례로 돌며 2009~2010 시즌의 전국 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가수의 목소리는 변할 수 없지만, 옷(장르)은 계속 바꿔 입어야죠. 그래야 팬들도 그 가수를 계속 따라 오게 되거든요. 참, 여러 장르가 있으면 콘서트 때도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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