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은 과연 그 명성만큼이나 팬들이 사랑하는 영화를 배출했을까.
제62회 칸국제영화제가 13일(현지시간) 개막한 가운데, 미국 연예영화 전문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칸이 배출한 고전영화 20선'(20 Classics Launched at Cannes)을 꼽았다. 칸국제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를 가진 영화 중에서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로 추앙받게 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가장 먼저 고전 반열에 오른 작품은 1953년 제6회 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공포의 보수'(감독 앙리 조르주 클루조).이브 몽땅이 주인공 트럭운전사로 나온 이 서스펜스물은 칸영화제 그랑프리는 물론 남우주연상(찰스 버넬),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영국아카데미 작품상을 휩쓸었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은 1960년 칸이 배출한 또하나의 고전. '길'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대표작으로, 칸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 올해 칸영화제는 '달콤한 인생' 50주년을 맞아 당시 조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다큐멘터리 '우리가 '달콤한 인생'을 만들었다'를 선보인다.
이밖에 각각 67년과 76년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욕망'(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과 '택시 드라이버'(감독 마틴 스콜세즈)도 꼭 기억해둬야 할 작품. 특히 로버트 드니로의 출세작 '택시 드라이버'에선 조디 포스터가 14살의 나이로 창녀 역을 열연, 큰 화제를 모았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에 말론 브란도, 로버트 듀발, 마틴 쉰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는 전재영화 '지옥의 묵시록'도 칸이 사랑한 영화. 79년 제3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 작품은 다음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촬영-음향상을 수상했다. '매트릭스'의 모피어스로 잘 알려진 로렌스 피쉬번도 이 영화에 나온다.
80년대 이후에는 더욱 친근한 영화들이 많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89년 42회 칸 황금종려상과 남우주연상(제임스 스페이더) 수상작이며,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는 91년 칸영화제 폐막작이다. 수전 서랜든, 지나 데이비스가 주연한 '델마와 루이스'는 그러나 그해 조엘 코엔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 '바톤 핑크'의 그늘에 가려 정작 영화제에서는 크게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94년에는 칸이 사랑한 대표 감독의 걸작이 처음 상영됐다. 바로 쿠엔티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사진)이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고 황금종려상까지 거머쥔 것. 존 트라볼타, 사무엘 L.잭슨, 하비 케이텔, 우마 서먼, 팀 로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이 영화는 칸 수상을 시작으로 그해 뉴욕-LA-시카고비평가협회 감독상을 비롯해 골든글로브 각본상, 아카데미 각본상, 영국아카데미 각본상 등을 휩쓸었다.
95년 칸 초청작인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유주얼 서스펙트'는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게 '포스트 타란티노'라는 별칭을 선사했다. 가장 먼저 소환대상에 오르는 용의자를 뜻하는 '유주얼 서스펙트'(Usual Suspect)라는 용어가 인구에 회자된 것도 이 영화 덕분이다. 이 작품은 이듬해 아카데미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파고'(96) 'L.A컨피덴셜'(97) '내 어머니의 모든 것'(99) '블레어위치'(99) '와호장룡'(2000) '물랑 루즈'(2001) '볼링 포 콜럼바인'(2002) '화씨 9/11'(2004) '다빈치 코드'(200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 등이 칸이 배출한 명작으로 꼽혔다.